‘삼세번’ 실패한 세수 추계, 이제 개선할 시간이다[동아시론/류덕현]
정부 성향 따라 과소·과잉추계 경향도
추계 시기, 방법, 조직의 개선 시급하다
세수 추계 오차는 본질적으로 이중 전망오차의 성격을 지닌다. 경제 전망에 대한 오차와 경제 전망에 기초한 세수 전망 오차가 그것이다. 두 개의 전망 중 하나가 틀릴 수도 있고 둘 다 모두 틀릴 수도 있다. 문제가 증폭되는 것은 두 가지 전망이 모두 틀리는 경우이다. 과거에 비해 경기 변동의 진폭보다 세수 변동의 진폭이 훨씬 큰 것도 대규모 세수오차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세수 전망의 방법론이 잘못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세수추계모형은 개별 세목별로 과거의 진도율을 기준으로 전망하고 몇 가지 마이크로 튜닝을 거친 후 세목별로 전체 합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갑작스러운 경기 변동, 경제 위기, 대외 환경 급변 등이 발생할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법인세와 소득세의 누진구조는 경기호황기에는 세수가 더 크게 증가하고 경기침체기에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비선형구조이지만, 전망 방법은 선형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한편 많은 이들은 재정 관료의 행태에 의심쩍은 눈길을 보낸다.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에 따라 세수 예측을 때로는 부족하게, 때로는 넘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과소추계를 해서 초과세수가 걷히면 추가적인 지출소요로 사용하고 만약 안 걷히면 그만큼 지출을 줄여 예산을 짰으니까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과잉추계를 해서 세수결손이 생기면 그만큼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또 혹시 감세를 했다면 은근슬쩍 숨길 수도 있고 말이다.
초과세수는 세계잉여금 활용 등을 통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의 재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재정지출을 확대시키는 경향성을 키우게 된다. 반대로, 올해처럼 세입결손이 생기는 경우에는 재원 부족으로 인해 재정지출이 억제되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재정정책이 경기 진행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여 경기 순응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세입결손의 경우 추경을 하지 않고서는 국회가 개입할 일이 없고 행정부의 재량적 대응만 있을 뿐이어서 국회의 예산편성 과정이 침해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세 번째 기회도 날려 버렸다. 이제 세수추계조직을 변경하든지 모형을 바꾸든지 아니면 제도를 바꿀 시기가 되었다.
먼저, 세수전망 시기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세입전망이 이루어지는 연중의 경제 전망이 연말의 경제 전망과 상이할 경우 세수오차는 이미 내정되어 있다. 실례를 들면, 2023년 예산안 국회 의결을 하던 2022년 연말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2.4%였지만 2023년 7월에는 이 성장률이 1.4%였다. 즉, 회계연도 개시 이전 추계된 세입전망이 이미 상당히 틀렸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매달 발표하는 국세수입동향은 이것이 얼마나 틀렸는지 그리고 틀린 정도가 얼마나 더 커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보도자료인 셈이다. 둘째, 세수전망의 빈도에 대한 조정 역시 필요하다. 8월 말 예산안 제출 이후 국회 심의 의결 시 1회 이상 수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수오차가 발생할 경우 비상기금(contingency fund) 혹은 예비비 기금(reserve fund)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채 발행한도가 자동적으로 조정되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거나 비축하여 대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수 추계 전망조직에 대한 전문성 강화이다. 독립적인 세수 추계 전망조직을 정부 외부에 만드는 것, 민간 전문가 영입, 세수추계모형 대외 개방, 빅데이터 활용, 투명한 세입통계 개방 등 현재 제안되는 방식은 차고 넘친다. 이제는 제도 개선의 시간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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