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 韓 클라이밍 첫 은메달 “눈에 비 맞아 멘탈 무너져…더 강해져 돌아올 것”
이도현은 6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시 허챠오양샨 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볼더링, 리드 점수 합산) 결선에서 볼더링 64.6점, 리드 54.1점 등 총합 118.7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의 첫 메달이다. 다만 스포츠클라이밍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남자 콤바인 금메달리스트 천종원(26)에 이어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회 2연속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예선과 준결선에서는 ‘한국 신예’ 이도현과 ‘일본 신예’ 안라쿠 소라토(17)의 라이벌전이 펼쳐졌다. 5일 예선에서 이도현이 총 200점으로 2위 소라토(199.9점)에 0.1점 앞섰는데 6일 난이도를 높인 준결선에서 소라토가 184.7점으로 이도현(141.3점)에 앞섰다.
리드에서도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도현은 이날 결선 출전 선수 9명 중 소라토를 제외하고 리드에서 50점을 유일하게 넘겼지만(54.1점), 소라토는 100점에 가까운 88.1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볼더링과 리드 모두에서 뒤진 이도현은 은메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도현의 선배이자 ‘아시안게임 디펜딩 챔피언’ 천종원은 볼더링 69.6점, 리드 16점으로 총합 85.6점을 받아 중국의 판위페이(87.6점)에 2점이 밀리면서 동메달을 놓치고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데뷔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도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치른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배 천종원을 누르고 우승해 ‘샛별’처럼 떠오른 선수다. 이도현은 자신이 다섯 살 때 부모가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을 자연스럽게 접했고, 중학생 때 선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도현은 올해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볼더링 4차 월드컵서 1위에 오르며 정상급 볼더링 선수로 도약했다. 한국 남자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가 월드컵에서 금메달 딴 건 2017년 천종원 이후 이도현이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도현을 꺾은 소라토는 현 시점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소라토는 남자 콤바인 종목 세계랭킹 1위(볼더링 1위, 리드 1위)다. 이도현은 콤바인 세계 6위(볼더링 2위, 리드 12위)다. 소라토의 키는 168cm로 작은 편이지만 양팔을 펼쳤을 때 잰 길이는 181cm로 이도현의 키(176cm)보다도 길다. 멀리 떨어진 홀드도 손쉽게 잡을 수 있도록 스포츠클라이밍에 특화된 체형인 셈이다.
결선 환경에 아쉬움도 있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볼더링 파이널 시작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도현은 “소라토가 훌륭한 선수이지만 나도 나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볼더링 두 번째 코스를 시도할 때 눈에 비가 들어가면서 떨어졌고, 그때부터 많이 당황했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볼더링에서 좋은 점수를 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7일 대회 마지막 스포츠클라이밍 메달에 도전한다. 서채현(20)과 사솔(29)이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여자 콤바인 결선 진출을 위해 준결선에 나선다.
샤오싱=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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