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렌즈로 본 증류주… 향긋하게 맛보다
역사부터 화학·분자 생물학 등 접목
진화·물리학 등 자연사 관점서 살펴
브랜디·진 등 제조법뿐만 아니라
증류 원리·재료·효과도 상세히 다뤄
증류주의 자연사/롭 드살레, 이안 태터샐/최영은 옮김/시그마북스/2만5000원
엄지와 검지 사이 손등에 가는 소금을 뿌리고 잘린 라임이나 오렌지를 집어 든다. 다른 손으로는 술이 담긴 술잔을 집는다. 먼저 손등에 있는 소금을 조금 핥은 뒤, 술 한 모금을 단번에 넘기고, 이어서 라임을 물어서 즙을 빤다.
푸른 용설란을 재료로 해서 알코올 농도가 35∼55% 정도인 멕시코의 대표적 증류주 테킬라 이야기다. 멕시코 식당이나 술집 또는 멕시코 술집이 아니더라도 테킬라를 파는 술집도 적지 않으니 테킬라를 접할 기회는 적지 않다. 테킬라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세계적으로 본다면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을 거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테킬라 자체는 16세기에 원산지로 알려진 할리스코주 알토스와 바예데 아마티틀란에서 처음 생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이름은 이 지역명을 그대로 땄다. 화산회토가 풍부하게 섞인 이곳의 토양은 블루 아가베를 재배하기 안성맞춤이며, 현재도 그렇다. 알타미라의 후작인 돈 페드로 산체스 데 타글레는 1600년대에 하시엔다 쿠이실로스에 첫 번째 테킬라 공장을 세우면서 ‘테킬라의 아버지’로 불린다. 또한 1616년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이 상품을 테킬라 지역의 메스칼 와인이라고 칭하며 식민지 당국의 중요한 수입원임을 함께 시사했다.”
모두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로 이미 와인과 맥주의 자연사를 함께 저술한 두 저자는 책에서 역사와 화학, 분자 생물학은 물론 진화, 생태학, 물리학까지 총동원해 증류주의 역사와 문화 등을 살핀다. 특히 술이나 증류주를 다룬 기존 책들과 달리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위스키, 진, 럼 등의 개별 증류주의 역사나 문화, 제조 방법뿐만 아니라 증류의 원리와 의미, 재료와 효과 등을 꼼꼼히 분석한다.
증류의 원리와 방법, 증류주의 역사, 재료와 제조 방법 등 기초 원리와 개념을 다진 뒤 대표적인 증류주들의 역사와 문화, 특징 등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브랜디, 보드카, 테킬라, 위스키, 진, 럼 등 시장의 대표적 증류주와 함께 오드비, 슈납스, 바이주, 그라파, 오루호, 문샤인 등까지.
증류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최근 몇 년간 국제적으로 증류주 관련 규제가 많이 완화돼 왔고, 증류주의 종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그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취향이 증류주의 혁신을 부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인류는 왜 타는 듯한 느낌을 주고 가장 빨리 취하게 만드는 증류주를 마시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에 무릎을 탁 치고 오늘 밤 술잔을 들고 있는 당신을 만날지도.
“… 증류주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종류 중 가장 독하고 공격적이며, 알코올의 정도와 맛의 감각 또한 가장 극단적이기 때문이리라. … 왜 우리가 증류주를 마시는가에 대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증류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코올에 대한 허용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에탄올은 대부분의 생물체에는 독으로 작용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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