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한국 문화의 접촉점, 공공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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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캐나다의 한 대학에 잠시 머물 때 경험한 일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공공 용어 번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명, 음식명, 문화재명 등 한국 문화 용어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하는 원칙과 용례를 제시하고 이의 적용을 지원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개선 지원'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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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캐나다의 한 대학에 잠시 머물 때 경험한 일이다. 당시 일본, 태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나를 한국어로 “언니!”라고 부르며 수시로 한국 아이돌 “오빠”와 “언니”에 대해 그리고 한국 문화와 주말에 갈 예정인 한국 식당의 요리명 등을 묻곤 했다. 하루는 그들이 한국 식당에서 “Korean Army Hot Pot(한국 군대 전골)”을 맛있게 먹었다며 요리법을 물어보기에, 정확한 이름이 “부대찌개”라는 것과 그 이름에 담긴 속뜻을 알려 주고,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까지 찾아 주었던 일이 기억난다. 만남의 시간 동안 예상치 못한 소통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우리는 알고 싶은 단어를 함께 찾아 가며 꽤 만족할 만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말쯤이었을까, 느닷없이 ‘김치말이국수’가 뉴스거리로 소환된 적이 있다. 내용인즉 외국인 유튜버가 김치말이국수 먹방(먹는 방송)을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알듯이 국수에 김치가 고명처럼 어우러진 음식이 아닌 ‘김치로 국수를 돌돌 말아’ 먹는 장면이 소개돼 우리에게 놀라움과 웃음을 던져 준 것이다. 이러한 해프닝은 번역기의 오역에서 비롯된 듯하다. 실제로 현재 많이 사용되는 번역기 3개에 ‘김치말이국수’를 입력해 본 결과는 모두 ‘Kimchi rolled noodles(김치로 돌돌 만 국수)’로 동일했다. 내가 만났던 외국인 학생들처럼, 만약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광장시장에 가서 ‘빈대떡’이나 ‘육회’를 맛보려고 한다면 이러한 해프닝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문화와의 접촉점에는 언제나 한국어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고 있는 지금, 한국어에 담긴 뜻을 오롯이 전달하되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살리고,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한국 문화를 번역·표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 문화 용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언어 간 의미적 등가성, 우리 문화의 고유성, 외국어 화자의 수용도를 모두 포함해야 하는 공공 용어 번역은 우리 공동체의 문해력을 보여 준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공공 용어 번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명, 음식명, 문화재명 등 한국 문화 용어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하는 원칙과 용례를 제시하고 이의 적용을 지원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개선 지원’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정아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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