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부터 롤스까지… 2500년 이어진 정치사상史

정진수 2023. 10. 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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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2500년에 걸친 서구 정치사상의 전통을 풀어낸다.

미국 텍사스대 법·행정학 교수인 저자는 25년간 이어 온 정치이론 입문 강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딜레마의 지속적인 특성을 차근히 설명한다.

책은 정치학·사상사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과 근대 정치이론의 핵심적 차이를 조명할 수 있는 주요 인물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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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올빼미/제프리 에이브럼슨 지음/김대근 옮김/이숲/2만8000원

신간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2500년에 걸친 서구 정치사상의 전통을 풀어낸다. 미국 텍사스대 법·행정학 교수인 저자는 25년간 이어 온 정치이론 입문 강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딜레마의 지속적인 특성을 차근히 설명한다.

책은 정치학·사상사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과 근대 정치이론의 핵심적 차이를 조명할 수 있는 주요 인물에 집중했다. 각 인물의 정치철학이 가진 쟁점과 지식을 단순히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학자들이 저서를 통해 제시했던 당대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후대에 계승, 발전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제프리 에이브럼슨 지음/김대근 옮김/이숲/2만8000원
시작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항상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저작에 사용하며 그를 좇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논쟁하며 이를 발전시켰다. 이후 로마 공화국에서 기독교인들은 ‘신플라톤주의’를 플라톤에게서 추려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마키아벨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전과 로마사로 눈을 돌려 ‘공화주의 이론’을 완성했고, 이는 고대와 근대를 연결하는 다리가 됐다. 홉스와 로크는 영국 시민혁명부터 명예혁명에 이르는 격동기에 정부의 기원과 정당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구축하기 위해 정전(正典)을 활용, 자유주의와 입헌정부의 지적·정치적 근거를 만들었다. 루소는 로크와 홉스의 자유주의를 더 평등주의적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했다. 칸트는 루소의 일반의지 개념에서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더 체계적인 논증의 기반을 찾았고, 이후 이는 헤겔과 마르크스, 롤스까지 이어졌다. 요컨대, 고대부터 근대까지 지식이 오랜 시간 축적돼 후세로 전해지면서 변화하고 재해석되고 변형되는, ‘지성사의 연속성’인 셈이다.

저자는 정치사상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의 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지속됐고, 결국 이를 바로 바라보기 위해서 정치철학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철학은 언제나 ‘세계가 어떠해야 한다’는 지침을 주기엔 너무 늦게 등장하는 것 같지만, 시대의 정신은 기존 윤리가 새로운 윤리의 도전을 받을 때에야 마침내 사상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의 시간이 막 지나는 때(황혼녘)에 지혜의 여신(미네르바)의 철학과 사상(올빼미)은 날개를 펴며 빛을 비춘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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