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판사 인사도 막히나” 이균용 부결에 법원도 충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부결되면서 법원은 충격에 빠졌다.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의 인준 문제를 자유투표가 아닌 당론(黨論)으로 정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또다른 판사는 “부결 전망이 나오기는 했지만 후보자의 흠결이 낙마를 부를 정도가 아니라서 정치권에서 흔히 있는 정쟁 차원으로 알고 있었다”며 “당론으로 부결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고 했다.
현재 여야가 대립중인 가운데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검증을 거쳐 새 후보자를 지명하고 다시 국회 인준을 거치기까지 최소 2개월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그것도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경우에 가능하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경우 8월 21일 지명 후 청문회를 거쳐 인준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한 달 반 가량 걸렸다.
대법원장 공석으로 당장 지장을 받게 된 것은 후임 대법관 제청이다.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내년 1월 1일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부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구성 등 후속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법관 최종 후보를 임명제청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이어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후속 절차 진행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석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초 두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원이 ‘10인 대법관’ 체제로 운영될 수도 있다.
내년 초에 있을 법관 정기인사의 ‘판’을 누가 짤지도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매년 2월 대규모 법관 정기인사를 하는 데다 임기 2년을 채운 각급 지방법원의 법원장 인사도 예정돼 있다. 올해에도 법원장 24명이 교체됐고 판사 870명에 대한 전보인사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공백상태가 길어지면 ‘김명수 시즌 2′ 인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철상 권한대행이 퇴임하면 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정치적 편향’ 인사에 관여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인사판을 짜게 되면 김명수 대법원에 우호적인 판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알박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판사는 “문제가 많은 법원장 후보추천제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도 새 대법원장이 결정해야 한다”며 “권한대행과 행정처장이 판을 짜는 것보다 법원장 인사를 아예 미루는게 더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법원장 인사나 판사 인사를 예정대로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새 대법원장의 부임이 예정된 상태에서 ‘김명수 체제’의 재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것”이라며 “인사는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선고 등을 진행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돼 대법관 12명과 진행하는 전합(全合)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통일적 법률해석이 필요한 사건을 대상으로 열린다. 현재 대법원에는 5건의 전합 사건이 올라와 있는데 표결 결과가 반으로 갈릴 경우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이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권한대행은 전원합의체 진행·선고를 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 해석이었다. 그러나 6일 안철상 권한대행은 “대행 체제에서 전합 선고나 심리를 한 사례도 있고 앞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에는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일선 부장판사는 “권한대행의 역할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동안의 해석론이고 대법관 회의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 권한대행의 해석이 또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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