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ON]'참혹했던 참사'韓 농구의 추락, AG 끝나면 대표팀 운영도 물음표

김가을 2023. 10.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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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대한민국 농구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앞서 일본, 중국에 연달아 패하며 8강서 도전을 마감했다. 한국은 2006년 도하대회 이후 처음으로 4강에 실패했다. 도하에서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은 이란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82대89로 패했다. 7~8위 결정전까지 추락했다. 한국은 6일 열린 일본과의 리턴 매치에서 74대55로 승리하며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준비 과정부터 문제였다. '추일승호'는 주축 선수 일부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연습 경기도 완벽하지 않았다. 한국은 시리아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2024년 파리올림픽 사전 예선에 출격 예정이었다. 계획이 틀어지면서 국내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완벽한 스파링 파트너는 아니란 평가였다. 각 팀 핵심 선수 대부분이 대표팀에 합류한 상황인 탓이다. 선수단 내부에선 프랑스, 슬로베니아 등과 연습 경기를 치른 일본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인도네시아, 카타르와의 연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한-일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했다. 일본 2진급 대표팀에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8강행 티켓을 놓고 바레인과 대결했다. 가까스로 8강의 문을 넘었다. 하지만 중국이 버티고 있었다. 그것도 14시간 만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죽음의 일정이었다. 결국 한국은 중국에 완패하며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마감했다. 경기 뒤 추 감독이 "나에게도 치욕스런 대회"라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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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표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선민 감독의 여자 대표팀은 4강에서 일본에 완패했다. 정 감독이 "해보지도 못하고 진 기분이다. 총평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전체적으로 완패다. 준비한다고 했는데 일본 선수들이 그냥 올림픽 2위가 아니다"고 했다. 일본은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정선민호'는 5일 북한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93대63으로 30점차 대승했다. 동메달을 목에 걸며 가까스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농구는 힘을 잃었다. 중국은 높이 뿐만 아니라 스피드와 슛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화려한 패스에 깔끔한 외곽포를 묶어 한국을 흔들었다. 반면, 한국의 공격 루트는 무척 단순했고 오직 골밑 공격에 의존했다. '정통농구'라는 미명 아래 세계 농구 흐름에 완전히 밀렸다는 평가다.

선수들은 작심 발언을 했다. 김단비(우리은행)는 "나는 일본을 이길 때도 뛰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전을 당한 선수다. 우리 선수들도 알아야 할 것이 우리나라에서 잘한다고 최고가 아니다. 일본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평소 운동과 경쟁이 힘들고, 경기에 나오면 쉽다'고 한다. 일본은 소속 팀 소집 기간보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더 길다고 한다. 그 정도로 대표팀에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조직력이 매우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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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 저하 논란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여자농구도 지난 7월 열린 아시아컵에서 4강에 들지 못했다. 1965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 농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한동안 국제 메이저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한다. 대표팀 운영 자체가 물음표에 놓인 것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021년 8월 정선민 감독을 여자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5월에는 추일승 감독에게 남자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두 감독의 임기는 모두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다. 정 감독은 동메달결정전 뒤 "이 대회가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대회였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발표했다. 농구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일이다. 지도자도 더 공부해야 하고, 선수들도 달라져야 한다. 국제 경쟁력 부분에 대해선 농구협회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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