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열과 피해 컸는데…재해보험 실효성 논란

[KBS 제주] [앵커]

올해 여름은 잦은 비와 무더운 날씨 탓에 서귀포 감귤 주산지를 중심으로 감귤 껍질이 터져버리는 열과 피해가 유독 심했습니다.

농작물 재해보험제도를 통해 현장 조사가 진행됐는데, 감귤 피해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강탁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껍질이 터져버린 감귤이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잦은 비와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 8월부터 이 같은 열과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터라 현장 조사가 진행됐지만 인정된 피해 규모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피해 농가들은 현장 조사가 늦어져 이미 썩어서 형체를 찾기 힘든 감귤이 피해 사례에 잡히기 어려웠고, 이곳처럼 타이백 농가에선 비닐에 덮힌 낙과들이 피해 규모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합니다.

[오동옥/감귤 재배농가 : "보험회사에서 조사해 오니까 이 밭에는 (피해율이) 13% 정도밖에 안 된다. 어, 우리 더 심할 텐데 생각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례적인 열과 피해를 경험한 서귀포 감귤 농가를 중심으로 재해 보험금을 받기 위한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감귤 피해 보험금은 조사된 감귤 피해율에 자기부담비율 20%를 빼고 산정합니다.

감귤 피해율이 20%를 넘지 않으면 보험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올해 열과 피해로 감귤 피해율이 지난해보다 3배가량 높아진 10% 정도로 늘었지만, 자기 부담률 20% 제한에 묶여 보험금 수령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낙과율이 높은 사과나 배, 복숭아 등과 같은 재해보험 기준으로, 낙과 피해가 적은 감귤에도 자기 부담률 20%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입니다.

[백성익/효돈농협 조합장 : "자부담률이 20%란 말이에요, 자부담이. 아예 뭐 나무가 뿌리째 뽑혀서 문제가 되지 않는 한은 손해보험 보상이 안 된다는 얘기거든."]

지난해 제주지역 감귤 보험료 납부액은 국비와 지방비, 농가 자부담을 포함해 모두 61억 원.

하지만 보험금 수령액은 납부한 보험료의 1/4 수준인 14억 3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보험에 가입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 되면서 감귤 농가의 재해보험 가입률은 27%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탁균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고성호/그래픽:박미나

강탁균 기자 (takta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