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 졸업하고 취업은 수도권으로…경북 3%, 울산 7%만 지역 취업
[앵커]
전국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상황을 살펴보니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의대를 나와도 취업은 수도권 병원에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지역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승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인구 110만 울산광역시.
의사를 양성하는 곳은 울산대 의대가 유일합니다.
최근 5년간 이곳을 졸업하고 취업한 185명 중 울산에서 취업한 사람은 13명에 불과합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부분 실습 수업을 하기 때문에 울산에 남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지역 의대가 지역 의료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박영규/울산건강연대 대표 : "필수 의료 부족 현상이 울산에서 나타나고 있고요. 심지어 울산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울산에 있는데 여기서도 의사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경상북도에는 의대 3곳이 있는데 이곳 졸업생의 3% 남짓인 16명만 경북에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의대 졸업생의 취업 상황을 분석해보니 졸업생 절반 가까이는 서울에 취업했습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졸업생 10명 중 6명이 이곳에 자리잡았습니다.
수도권 의대생이 전체 의대생의 1/3인 점을 감안하면 취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겁니다.
[서동용/국회 교육위원/더불어민주당 : "지방 의대 출신들이 다 서울에 와서 수련을 받고 서울, 수도권에 쏠리기 때문에 지역에 의료 공백들이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의사 수도권 쏠림이 계속되자 고령인구 비율 전국 1, 2위인 전남과 경북은 지역 의대 신설을 촉구했습니다.
올해 입시부터 지방대 의대 정원 40%를 해당 지역 출신으로 뽑게 했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취업할지는 미지수인 상황.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을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한승연입니다.
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김성일
[앵커]
문제가 되는 건 의료 인력 뿐만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의료 시설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먼 걸음을 해야 하는 지방 환자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서울 주요 5대 병원에서 지방 환자들이 쓴 비용이 1년에 2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어서 정새배 기자입니다.
[리포트]
평일 오전 서울 수서역.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지역 환자와 보호자들입니다.
이 병원의 경우 평일에는 8분마다 셔틀버스가 운행할 정도로 지방에서 많은 환자가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여러 번 병원에 가야 하는 환자들은 돈도 시간도 큰 부담입니다.
[김대진/환자 보호자 : "(울산에서) 지금 한 2주에 한 번씩 옵니다. 시간적인 부담이 가장 큰 건 것 같고요. 하루 그냥 거의 다 24시간 거의 다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처럼 이른바 '빅5', 서울의 5대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지방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환자 수만 10년 새 40% 넘게 늘었는데, 이로 인한 '원정 진료비'도 급격히 늘어 재작년 2조 원을 넘어서는 등 같은 기간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광역시 이외의 지역에서 이들 '빅5' 병원을 찾는 환자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교통망 확충 등으로 접근성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광역시보다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도시 환자들이 더 많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의료 강화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3천 명 수준인 의대 정원을 최소 10% 이상 늘리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원이/국회 보건복지위원/더불어민주당 : "지금 지방은 의료 인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의대 정원 증원은) 보건복지부가 의지를 가지고 의사협회도 설득하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독일 등 해외 사례처럼 취약 지역 의료 인력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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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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