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부산 홀리는 화끈한 입담 "도전적? NO, 내 처지 빠르게 읽었다…난 이상한 애" [28th BIFF](종합)
[마이데일리 = 부산 노한빈 기자] 배우 윤여정이 화끈한 입담으로 부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 시어터에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윤여정' 스페셜 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영화 '미나리'(2020)로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파친코'(2022)에서 선자 역으로 뜨거운 울림을 전한 바 있다.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뜻밖의 여정'에서는 인간 윤여정으로서의 따뜻한 모습과 함께 멋진 어록들을 선보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날 윤여정은 스스로 생각하는 대표작을 묻는 질문에 "남들이 얘기하는 거 아니냐. 내가 어떻게 뽑냐"면서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만 생각 난다. 대표되려고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일을 한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은 게 용할 정도"라는 윤여정은 "나는 기존의 전통적인 거, 관습적인 거가 맞지 않았다. 반항적으로 생각했다. 반응을 좋게 받은 적도 없다. 쟤는 '이상한 아이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가보다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故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이 대표작인 것 같다는 말에 그는 "'화녀'는 뭣 모를 때 故 김기훈 감독한테 선택 받아서 했다. 지금은 너무 많이 후회하고 있다. 왜 선택 받아서"고 너스레 떨었다.
"그분을 통해서 배우가 어떻게 해야 하나 배웠다"는 윤여정은 "어렸을 때는 뭘 모른다. 계약 조건이 故 김기훈 감독과 하루에 2시간 정도씩 만나야 하는 거였다. 그래서 이 남자 이상한 남자다 생각했다. 그걸 피하려고 쎼시봉 친구들을 불렀다. 김기훈 감독님은 그걸 다 아셨더라. 참 고전적인 시절이었는데 반말 한 번 하신 적 없다. 촬영 현장에서 '손을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시더라. '내가 잘못했구나' 싶었다. 너무 부끄러운 얘기다"고 고백했다.
윤여정은 "사실 그게 배우를 알아가는 길일 것"이라며 "그때 정말 많이 배웠다. 'TV에서 주인공 들어오면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故 김기훈 감독님이 '주인공은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는 거 하지마라'고 했다. 지금 실감하고 있다. 어른 말씀 들어라.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화녀'가 대표작이라고 하면 저한테는 너무 혹독한 시간이었고 다시는 영화배우를 안 하겠다고 다짐한 시간"이라면서 "그런데 너무 훌륭한 감독님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 이후 국내 인터뷰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는 얘기에는 "인터뷰 자리를 피했다. 자랑도 아니고 흉도 아니지만 제가 말을 잘 거를 줄을 모른다"고 밝히면서 "수상에 대해 인터뷰하는 게 되게 겸연쩍고 제 시대에는 겸연쩍어하는 게 겸손이었다. 수상은 저한테 행복한 사고 같은 거였다. 그거에 대해서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도 우수워서 피해왔다. 그런데 (액터스 하우스에) 어쩌다가 걸렸다"고 너스레 떨었다.
수상 후 변한 게 있는지 묻자 그는 "스태프들이 많이 전화한다"면서 "많이 뭘 해 달라고 하는데 피하고 있다. 사실 변한 건 없다. 상금을 받은 것도 없고. 일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상금은 없어요?' 해서 '없어' 했더니 '그런데 왜 그 상이 그렇게 유명한 거예요?' 했다. 실질적인 건 없었다. 그래서 달라진 건 없다. 달라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이야기했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을 집 수리비가 없어서 출연했다는 게 사실인지 묻자 "맞다"면서 "임상수 감독의 솔직함이 좋았다. 제가 배우로 몇 번째 섭외냐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솔직했다. 두 번째라고 하더라. 저는 바람 날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임상수 감독이 '선생님 나름대로 해석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해서 바보 아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바보를 싫어한다"는 윤여정은 "지금 생각해 보면 꼬시는 방법이구나 싶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세 번째(섭외)였다. 집 수리 돈이 모자랐지만 저는 사람을 따진다. 아닌 것 같은 사람이라면 안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 분위기와 흥행 여부는 다르다고 전한 윤여정은 "감독이 중요하다는 건 일찍 알았다"며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사람이 인품이 좋으면 해나갈 수 있는데 인품이 안 좋은 사람과 하면 정말 힘들더라"라고 회상했다.
인품이 가장 좋았던 감독을 묻자 '미나리'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꼽은 윤여정은 "한국말을 못 한다. 한국말을 못 하는 것에 대해서 정말 미안해했다"며 "굉장히 학교를 따지는 시대인데 좋은 학교 나왔고 부모님이 애써 키운 덕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그를 떠올렸다.
이어 "제가 욱하는 데가 있어서 배우 하는 것 같다"면서 "할리우드에서 그가 받는 대우는 말할 수도 없었다. 감독한테 모니터도 없었다. 그때 욱해서 내가 정이삭을 위해서 (뭐든) 다 하리라 싶었다. 그렇게 물색없는 때가 있다. 그래서 배우를 하는 것 같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고 덧붙였다.
도전적이라는 말에 윤여정은 "우리 때는 뛰어난 미인이 배우가 되는 시대였기 때문에 저는 도전적으로는 못했다"면서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고 미인이 아니게 대우한다는 것에 대한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다 죽는 역할, 멜로는 안 들어올 것이고. 그런 처지를 빠르게 읽은 것이다"고 했다.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그는 "저한테는 배우의 조건이 없다. 낭만적이지도 못하지 목소리도 안 예쁘다. (이것에 대해) 불만도 없고 분한 것도 없다. 괜찮다. 주위에서 제가 배짱이 크다고 한다. 사이즈는 작은 여자인데 베짱은 굉장하다고 하더라. 남들이 얘기하는 게 나다. 나는 나를 모른다"고 얘기했다.
화제가 된 명언에 대해서는 "명언 못한다. 그게 어떻게 명언이 됐는지 모르겠다. 저를 잠깐 잠깐 보시는 것 같다"면서 "저는 결점도 많은 사람이고 그렇게 존경받을 사람은 절대 못 된다. 나라를 위해 한 것도 없다. 지금 잠깐 빛나는 건 아카데미상 때문인데 그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쓴 물, 단 물 다 맛봤다"는 윤여정은 제일 두려운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연예인이 된다는 건 이유 없이 치켜세워지고 이유 없이 한 사건으로 매도당할 때가 있다"면서 "그 사건이 아니라 선과 악으로 구별된다. 추켜세워질 땐 착한 사람이고 아름다운 사람이고 매도당할 때는 악인이고 추한 사람이 된다. 그게 제일 무서운 거다. 그래서 공개석상에 나서는 걸 꺼려한다. 제가 거침없는 사람이라는 건 알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것도 걱정돼서 말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심지어는 "코로나 걸리면 핑계가 생겨서 오히려 좋다. 제가 아카데미 상 때문에 이렇게 됐다"면서 "자꾸 주의해야 된다. 자주 연락받고 주위에서 존경한다고 하니까 그 상 괜히 받은 것 같다"고 엄청난 부담감을 밝히기도.
생계를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작품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윤여정에게 자식이 없었다면 달라졌을지 질문했고, 그는 "자식이 없었으면 안 했을 것"이라며 "먹여살리는 게 책임 완수였다. 학교 보내고 다 키운 다음에 혼자 결심했다. '내가 하고 싶은 감독과 하고 싶은 걸 하리다' (생각했는데) 그걸 실천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답했다.
"되게 야망없지 않냐"는 윤여정은 "저는 빌딩도 없다. 그렇게 벌어서 젊은 남자 둘(아들들) 갖다줬다. 걔네들 없었으면 이렇게 안 했을 거다. 이런 말하기 싫은데 어떤 의미에서는 걔네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아들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윤여정은 "우리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도 '연기는 김혜자가 잘하지' 하셨는데 나는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며 "김혜자라는 특출 난 배우가 있는 거고, 난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똑같은 배우는 없지 않냐. 많은 배우가 김혜자처럼 되려고 하는데 나는 나 다워야 한다"고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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