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곧 죽어? '존경' 무섭다" 윤여정, '솔직+과감' 오스카의 품격(종합)[BIFF]

유은비 기자 2023. 10. 6. 21: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액터스 하우스 윤여정.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수많은 어록을 남긴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으로 '오스카의 품격'을 증명했다.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새 역사를 썼다. 이후 '파친코'에서 ‘선자’역으로 뜨거운 울림을 전한 그는 tvN 예능프로그램 '뜻밖의 여정'을 통해 인간 윤여정으로서의 따뜻한 모습과 함께 멋진 어록들을 선보인 바 있다.

액터스 하우스에서도 윤여정의 시원시원한 입담은 그대로 이어졌다. 등장 직후 윤여정은 객석을 꽉 채운 "유료 티켓이라 그러더라 돈 내고 나를 보러 와주셨다"라며 솔직한 감상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 자리가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이라는 말에 그는 "왜? 나 곧 죽어"라는 폭탄 너스레를 선사하기도 했다.

▲ 액터스 하우스 윤여정. ⓒ연합뉴스

윤여정은 오스카 이후 국내 인터뷰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는 말에 "인터뷰 자리를 피했다. 자랑도 아니고 흉도 아니지만, 내가 말을 잘 거를 줄을 모른다. 인터뷰를 하면 겸연쩍고, 내 시대에는 그게 일종의 겸손이고 그렇게 배우고 자랐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카데미상은) 내 생각에는 행복한 사고였기 때문에 피해 왔는데 (액터스하우스에) 어쩌다가 걸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 변한 점에 대해서 윤여정은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하고 뭘 해달라고 많이 하는데 피하고 있다"라며 "사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상을 타고 왔더니 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상금 없냐고 왜 그렇게 그 상이 유명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나도 모른다고 했다. 달라진 건 없고 달라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윤여정은 대표작을 묻는 말에 "남들이 꼽는 거 아니냐. 내가 어떻게 대표작을 꼽냐. 평론가들이 꼽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내가 얼마나 고생하고 더러운 감독 하고 일했는지도 모르면서 그런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기존의 정통적이고 관습적인 게 맞지 않았다"라며 "내가 여기에서 살아남은 게 용할 정도다. 반항적인 스타일이었다. 늘 이상한 아이라고 해서 이상한가보다 생각하고 살았다. 나한테 대표작은 얼마나 고생했나 이거만 생각나지 대표작은 없다"라고 답했다.

▲ 액터스 하우스 윤여정. ⓒ연합뉴스

이날 현장에서는 윤여정의 작품 속 명장면을 돌아보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화녀'에 대해 윤여정은 "아무것도 모를 때가 있었다. 그때는 계약 조건이 감독과 한 달, 두 달을 만날 때였다. 그걸 피하려고 1시간이 지나면 쎄시봉 친구 애들을 불렀다"라며 "근데 '화녀' 김기영 감독은 반말한 적이 없었다. 감독과 말을 하며 이야기를 많이 했고 배우를 알아가는 길이 됐다. 많이 배웠다. 김 감독이 주인공은 책임져야 하니까 배우 오래 하려면 주인공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지금 많이 느낀다. 어른 말씀 들으시라.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라고 했다.

이어 윤여정은 "나영석이 나 없는 데서 흉보는 걸 들었는데 "모든 사회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모든 걸 쫓아가려 하신다'라고 하더라. 그거 일종의 흉이다. 다 들켰구나 생각했다"라며 너스레를 떨며 "나쁜 점만 보이고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그런 생각만 든다. 나는 고통스러운 세대를 살았다. 6.25를 겪었고 격동기에 태어났다. 젊은 사람들한테 어머니 아버지를 이해하라고 한다. 어머니가 태극기 부대가 되는 것도 70대가 되고 할 일이 없는 사람이 하는 특별활동이라고 생각해라. 친구를 만나고 의견 맞는 사람하고 같이 하고 싶으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바람난 가족'에 대해서는 "임상수 감독에게 내가 몇 순위냐고 물어봤는데 2번째라고 임상수 감독이 답하더라. 솔직하구나 생각했다. 이어 1순위는 누구냐 하니까 정혜선 언니를 1순위로 섭외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죠. 정혜선 언니는 바람날 수 있고 나는 바람이 안 날 여자죠' 그랬더니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라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근데 현장에서 찍을 때 알고 보니 내가 세 번째 순위였더라"라며 비하인드를 밝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은 영화 선택 기준에 대해 "김기영 감독 작품으로 시작했으니까 감독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임상수 감독도 선택한 것"이라며 "나중에는 사람을 보게 됐다. 인품이 있는 사람하고는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데 인품이 안 된 사람하고는 못하겠더라"고 밝혔다.

▲ 액터스 하우스 윤여정. ⓒ연합뉴스

이어 인품이 가장 좋은 감독을 묻는 말에는 정이삭 감독을 뽑으며 "정이삭 감독이 한국말을 못 하는데 그거에 대해서 너무 미안해하더라. 한국 종자가 서양 교육을 받아서 성숙이 되면 이런 인종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결실을 보는 것 같아서 기쁘더라"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아무리 할리우드라고 해도 '미나리' 독립영화 현장에서 그가 받는 대우는 말할 수도 없었다. 모니터도 없이 하는 거 보고 욱했다. 그래서 이삭을 위해서 다 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불의를 보면 유관순의 후예같이 (행동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윤여정은 "멜로를 사랑하다 죽는 역할이라고 하는데 그런 역할은 안 들어온다. 미인이 아닌 것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낭만적이지도 않고 목소리도 예쁘지 않고 배우의 조건이 없다. 내 처지를 빨리 알아봤고 그것에 대해 분한 것도 불만도 없다"라고 했다.

그는 "나는 존경 받을 사람은 못 된다. 나라를 위해 할 일도 없다"라며 "아카데미상은 진짜 우연한 건데 그거 덕분에 잠깐 빛나는 거다. 아카데미상은 족쇄가 됐다. 옛날에는 존경받고 싶고, 인사 안 하는 애들이 제일 싫었다. 근데 이제 존경이라는 말이 무섭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신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향후 계획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열흘 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69개국 209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을 포함한 269편을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등 총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