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김행랑’ 사태” 뒤엔…여당·후보자의 ‘청문회 무시’
전날 여당 의원들 따라 나간 김행
청문회장에 미복귀…여당도 불참
윤 대통령 잇단 ‘임명 강행’ 영향도
권인숙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현행법상 불참해도 처벌 불가능
야당선 “후보자, 자진 사퇴해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김 후보자가 전날 인사청문회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을 따라 퇴장한 후 청문회장으로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6일 청문회가 재개됐지만 김 후보자는 연락두절한 채로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불참했다.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고 출석하지 않은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집권여당과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제도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당과 장관 후보자의 안하무인 태도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무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날 오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재개했다.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텅 빈 후보자석을 바라보며 “후보자가 장관의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드라마틱하게 청문회를 엑시트(exit)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서울 서대문구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여가부 폐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으므로 보다 (여가부 업무를) 잘 수행할 부처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고 한 것을 빌려 직격한 것이다.
민주당 여가위원들은 “김 후보자 줄행랑, ‘김행랑’ 사태”라고 비판하며 김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후보자 줄행랑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국회 헌정 사상 두고두고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후보자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명약관화하다. 임명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순간 국민들께서 정부여당을 심판하실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인사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국무위원 후보자를 처벌할 조항은 없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모두 국무위원 후보자의 출석을 전제로 해 불출석 처벌 조항이 규정돼 있지 않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도 국정감사(조사) 및 청문회에서의 증인과 참고인 불출석·국회 모욕·위증 처벌 조항만 있다. 민주당 여가위 간사인 신현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 ‘김행 방지법’이라도 발의해야 하나 비참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주식 파킹, 배임 의혹 등을 형사고발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2013년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과정에서 주식 파킹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9년 공동창업자로부터 소셜뉴스와 소셜홀딩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퇴직금과 고문료를 공동창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정산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등 회삿돈을 지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인사 검증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장경태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주연은 김 후보자이지만 지명은 윤 대통령, 검증은 한 장관이다. 3인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비리 보따리를 숨긴 채 도망가는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할 수는 없는 일일뿐더러 ‘싸우는 국무위원’을 주문한 윤 대통령 기준에도 자격 미달”이라며 “국민을 위해 엑시트하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불가능해 보인다. 민주당은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사퇴를 요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국회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국회 무시’ ‘여론 외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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