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직접 지명한 대통령·검증담당 법무부…인선 실패 책임자들
대통령실이 지명 전 첫 검증작업
법무부는 검증 여부조차 안 밝혀
국회 부결 뒤 야당 탓으로만 돌려
정부 잇단 부실 검증 ‘책임론’ 확산
국회가 6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35년 만에 부결하면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의 1차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대법원장 후보자를 검증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견을 토대로 대통령에게 제청한 이들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대법관 후보자와 달리, 대법원장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후보자의 경우 대통령실이 지명 발표 전 단계에서 검증 작업을 주도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기능을 없앤 뒤에는 지난해 신설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고위공직자들의 1차 검증을 담당한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지명은 대통령 권한이기 때문에 법원이 관여하지 않는다. 법원은 지명 후 후보자의 인사청문 준비를 도울 뿐”이라고 했다.
특히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의 경우 여야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구체적인 실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부실 검증’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후보자는 재산신고를 하지 않은 비상장주식 액수가 1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인 데다 가족들의 자산 증식과 증여 과정에서 석연찮은 대목이 상당히 많았다. 앞선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자들에 비해 제기된 의혹의 수가 많았고 청문회를 거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흘렀고 시민사회단체들도 국회에 임명동의안 부결을 촉구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될 무렵 비상장주식 미신고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실 등에서도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신고 비상장주식의 액수가 큰데, 알고도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안이한 판단”이라며 “후보자의 ‘몰랐다’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 후보자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대상이었는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정보관리단은 객관적인 1차 정보를 제공한다. 추천이나 비토에는 제가 관여하지 않는다”며 “(인사 검증에) 각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야당 주도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서는 “진짜 이유가 뭔지 국민들이 다 아실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사법부 길들이기나 범죄 혐의자에 대한 방탄 같은 민주당의 정치 역학적인 정략적 이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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