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 좋은 감독=‘미나리’ 정이삭”…윤여정,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가(종합)[M+BIFF현장]

이남경 MK스포츠 기자(mkculture3@mkcult 2023. 10. 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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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액터스 하우스 사진=DB
‘인간’ 윤여정부터 ‘배우’ 윤여정까지
오스카 수상 이후 오랜만에 진행된 관객과의 만남

오스카 여우조연상 이후 오랜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난 배우 윤여정이 거침없이 솔직한 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액터스 하우스’의 주인공 윤여정이 참석했다.

이날 윤여정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가지게 된 것과 관련해 “인터뷰 그런 자리를 그동안 피했다. 말을 잘 거를 줄 모른다. 자랑도 아니고 흉도 아니다. 그거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겸연쩍고, 겸연쩍어하는 것은 겸손함이었다. 그렇게 배우고 자란 사람이다. 행복한 사고 같은 거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너무 우습다. 정말 피해왔다. 어쩌다가 (액터스 하우스가) 걸렸다”라고 이야기했다.

#. 배우 윤여정의 발자취
윤여정 오스카 수상 사진=DB
윤여정은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한다. 뭘 해달라고들 하는데 그걸 피한다. 달라진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상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실질적인 사람이라서 일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상타고 왔더니 ‘상금없어요?’ 그러더라. ‘아줌마 없어’ 했더니 ‘어머, 그럼 그 상이 그렇게 유명한거예요?’ 해서 ‘나도 몰라’ 했다. 내 마음이 달라진 것도 없다. 달라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에 있다”라고 시원한 입담을 보였다.

대표작 이야기에 윤여정은 “고생을 했나만 생각하지, 평론가분들이 뽑은 대표작하고는 다르다”라고 화끈한 매력을 보여줬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도훈 평론가는 ‘화녀’와 임상수 감독의 영화들 ‘바람난 가족’ ‘돈의 맛’ 등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이를 들은 윤여정은 “평론가분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이라며 “‘화녀’라는 것은 정말 멋모를 때 故 김기영 감독님한테 선택받아서 하면서, ‘이 남자한테 왜 선택받았나’ 저주를 퍼부으면서 했다. 지금은 후회 중이다. 어렸을 때는 뭘 모른다. 그분으로 인해서 배우가 일상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알았다”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계약 조건이 故 김기영 감독님하고 하루에 1-2시간인가를, 한달인가 두달 동안 만나야 하는 거였다. 그걸 피하려고 1시간이 지나면 쎄시봉 친구들을 불렀는데, 故 김기영 감독님은 그걸 아셨더라”며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알았다. 감독님이 반말하거나 한 적 없으시다. ‘미스윤, 나하고 이야기할 때 이상하고 겸연쩍인 거 해요’라고 했다. 나의 짧은 생각이었다. 평생 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은 그게 배우를 알아가는 길일 거다. 그때 참 많이 배웠다”라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감독님이 ‘미스윤, TV에서 주인공 들어오면 하지 마요’ 했다. 책임지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배우를 오래 하려면. 내가 지금 실현하고 있다. 여러분, 어른 말씀 들어라. 다들 경험에서 나온 거니까. 책으로 배운 것과 몸으로 사는 건 다르다”라고 조언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바람난 가족’의 출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윤여정은 임상수 감독과의 에피소드를 오픈했다. 그는 “내 나이가 오십이 넘었을 때인데, 임상수 감독한테 ‘배우로 내가 몇 번째였나’라고 물어봤다. 그 사람이 솔직했다. ‘두 번째이다’라고 하더라. 첫 번째가 누구냐고 물으니 정혜선 배우라더라. 난 정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임상수 감독이 꼬시는 수법인 것 같은데 회유를 했다.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라고 했다”라며 “난 바보를 싫어한다. 나중에 촬영 들어갔을 때 내가 세 번째였더라. 거짓말이었더라. 그래서 하게 된 거다. 집수리 돈이 모자랐는데, 감독이 곤란하다 했으면 안했을 거다. 감독 따진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 윤여정의 멈추지 않은 화끈한 입담
배우 윤여정 사진=DB
윤여정의 솔직한 입담은 계속됐다. 그는 “한 번 한다고 하면 중도하차는 절대 없었다. ‘똥 밟았다’ 하고 하는 거다”라며 “어쩔 수 없이 찍었다 생각한 작품도 있다.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이 찍었다는 거도 있고, 시작했으니까 내가 그걸 못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내가 다행히 스타고 그런 적이 별로 없었다. 나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에 별 불만이 없었다. 나 자신을 아니까. 우리 때는 특출나게 미인만 배우가 되는 시절이었고, 난 특출난 미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취급, 그런 걸 받는 거에 대해서 별 불평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굳은 뼈가 있었을 거라, 그만 둔다거나 도전적이거나 하는 건 못했을 거다. 시대가 그랬으니까”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 세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짚었다. 윤여정은 “나 없는데서 들었다. 사회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모든 이야기를 쫓으려고 한다더라. 그게 흉이지 않나. 다 들켰구나 했다”라며 “여러분의 세계를 잘 모르고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 그러지말고 같이 좀 (나눴으면 좋겠다). 나는 고통스러운 세대를 겪었다. 1947년생이다. 6.25를 겪었고, 해방 후에 태어났다. 격동기에 태어났다. 젊은 내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한다. ‘너희 엄마, 아빠를 이해해라’ 한다”라고 풀었다.

윤여정은 영화를 고르는데 있어 ‘감독’의 역할이 중요함을 짚었다. 그런 이유를 영화와 TV의 촬영 차이를 짚으며 설명했다. 윤여정은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영화 작업은 빨리 하지 않나. TV는 오래 걸린다. 서로 속내를 다 알게 된다. 분장실에서 서로 즐거운 분위기로 찍은 거라 그 기억만 남고, 그런 건 많다. 영화는 짧게 작업하기 때문에 중요한 대우를 받고 찍은 신이 별로 없어 잘 모른다”라며 “영화는 늘 감독이 중요한 건 알았다. 첫 경험이 故 김기영 감독이기 때문에, 영화는 감독인 걸 알아서 중요했다. 임상수라는 감독도 그렇게 선택했고, 나중에 늙어서는 사람을 보게 됐다. 작업하는 동안에 인품이 괜찮으면 그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데, 인품이 없는 사람은 정말 그렇더라”고 밝혔다.

이에 인품이 좋았던 감독으로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을 꼽았다. 윤여정은 “한국말을 못한다. 나한테 너무 미안해하더라. 한국종자가 미국서 서양물을 받아서 성숙이 되면 이런 사람이 나오는구나 했다. 굉장히 학벌을 따지는 세대이기 때문에 좋은 학교를 나왔고, 부모님이 애써서 키웠고, 그 결실을 보는 것 같아서 그를 보며 굉장히 기뻤다”라며 “내가 욱하는데가 있어서 배우를 하는 것 같다. 다들 ‘할리우드 할리우드’ 하는데, 그가 받는 대우는 말할 수도 없었다. 감독한테 모니터도 없다. 그걸 보고 욱해가지고 ‘아이삭을 위해서 내가 다 하리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물색없는 면이 있다. 야멸차고 흥분하고 그러지 않는다. 그런 불의를 보면 못참는다. 아이삭은 서양 문화와 한국 종자의 좋은 융합이다. 내가 진짜 물색이 없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코리안 아메리칸을 다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가 족쇄가 됐다”라며 “진짜 존경이라는 단어가 제일 무섭다. 옛날에는 존경받고 싶었고, 인사하는 애들이 싫었다. 아직도 인사 안하는 젊은 애들은 너무 싫다. 지금은 내가 상을 받고나서부터는 주의해야겠다 싶었다. ‘이 상 괜히 받았다’ 싶었다. 전화와서 존경한다 그러고 하니까 하소연을 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인생의 선배로서 윤여정은 “자기가 살아본 길이 내 길이더라. 자기계발서 등 좋은 건 많다. 맞춤형으로 대답을 드릴 순 없다. 거기서 자기가 길을 찾아야 할 거다. 나는 일타강사가 아니라서”라며 “내 세상은 내가 찾아야 한다. 주연 아니면 안되고, 조연 아니면 안되고 이런 건 없다. 선을 정하는 건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것 같지만,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지만, 나는 인생을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세상은 춥다. 부모님 밑에서 학교를 다닐 때가 제일 좋을 때이다”라고 거침없이 충고도 전했다.

[우동(부산)=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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