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에 모하마디…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이란 정부의 가혹한 여성 인권 탄압에 맞서 수십년간 싸워온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사진)가 올해 노벨 평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모하마디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 측은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선 싸움과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싸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권리를 탄압한 이란 정부에 맞서 수십년간 싸워왔다. 당국은 그간 모하마디를 13차례 체포하고 5차례 유죄 판결을 내렸으며, 총 31년의 징역에 154대의 태형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국가 선동’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선정 배경에는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의 영향도 컸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했으며,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위원회 측은 “올해 평화상은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란 정부의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수십만명의 사람들에게도 수여되는 것”이라며 “시위대가 채택한 모토인 ‘여성, 생명, 자유’는 모하마디의 헌신과 노력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국가 선동 혐의로 10년형 복역 중 수상
모하마디는 감옥 안에서도 이란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위원회는 “감금 상태에서도 모하마디는 (히잡)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모하마디는 지난 1월 여성 수감자들에게 성적·신체적 학대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58명의 여성 수감자 명단과 그들이 겪은 비인간적인 고문 내용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하마디는 “지난해 히잡 시위로 수감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이 상당히 증가했다”며 학대를 “조직적”이라고 표현했다.
모하마디는 수감 중이기에 이번 수상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 6월 뉴욕타임스에 서면으로 보낸 성명에서 “나의 인권 옹호에 대한 전 세계적인 지지와 인정은 나를 더욱 결단력 있고 책임감 있으며, 열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만들어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남편인 타기 라흐마니도 인권운동가이며, 올해 16세가 되는 쌍둥이 자녀들과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8년 동안이나 아이들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엔 옥중에서 언론 인터뷰와 교도소 내 성폭행을 폭로한 대가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라흐마니는 아내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 “이란 여성과 생명, 자유와 관련된 운동에 대한 인정”이라고 했다.
모하마디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두 번째 이란 여성이다. 그의 동료이자 인권변호사인 시린 에바디가 2003년 이 상을 받았다. 두 여성은 2001년 에바디가 설립한 ‘인권 옹호자센터’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모하마디는 구금 중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다섯 번째 수상자다.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미얀마 정치인 아웅산 수지, 독일 평화주의자이자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 등이 구금 상태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모하마디가 시상식에 실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노벨위원회 측은 “이란 당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그를 석방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린 그를 (시상식에) 초대해 영예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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