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가스호스 잘라 불 지르려한 아파트 경비원…“도둑 오해 억울”

서울동부지법, 징역 1년·집유 2년 선고…“타인에 피해 안 줬고 용서구해”

법정 내부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 사진

"도둑으로 오해받아 억울하다"며 자신의 집 도시가스 고무 호스를 잘라 불을 붙이려다 미수에 그친 아파트 경비원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병철)는 지난달 22일 가스방출·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살던 서울 강동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중간밸브와 가스레인지를 연결하는 고무호스를 자른 뒤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려고 시도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부엌칼로 도시가스 고무호스를 잘라 가스를 방출시켰지만, 다행히 불이 옮겨붙지 않아 방화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A 씨는 입주민으로부터 "현금을 절취하려 했다"는 오해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억울하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목적의 계획적 범행은 아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히 방화는 미수에 그쳐 다른 거주자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고 범행 이후 자신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며 거주지에서 이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 나이의 초범이고 적지 않은 기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