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인준 부결…‘윤 대통령이 자초’ 지적
국회 표결 찬 118명·반 175명…35년 만에 ‘낙마 사태’ 사법 공백 장기화
여당 “사법 독립 침해” 야당 “불통 인사” 공방…대통령실 “대단히 유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국회가 대법원장 인준을 부결시킨 것은 1988년 이후 35년 만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산신고 누락, 가족회사 편법 운영 등 도덕성 문제가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제대로 된 인사검증 없이 지인을 후보자로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298명)의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반대 당론을 정하고 들어온 더불어민주당(재석 167명)과 정의당(6명)이 대부분 반대에 표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111명)은 치명적 결격 사유가 아니고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국민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 후보자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문제가 된)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인준을 호소했지만 대세를 뒤집진 못했다.
이 후보자는 임명동의안 부결 후 서울 서초구의 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훌륭한 분이 오셔서 대법원장 공백을 메워 사법부가 안정을 찾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며 “사법부 수장의 품격에 걸맞은 인물을 발탁하라는 입법부 평가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발목잡기’ 비판에 대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쓰러져놓고 누구에게 화풀이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사태를 초래한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입법폭거 사법공백 민주당은 책임져라’ 등 구호를 외쳤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법에 정치가 개입한 것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사법부가 대법원장 없이 운영되는 것은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종료된 후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라 윤 대통령이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를 발표하고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는 데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후보자 역시 국회에서 적격 판단을 받지 못할 경우 연내에 대법원장 자리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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