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인간 팽이'들의 양보 없는 경연…브레이킹, '스포츠'로 첫선
스포츠 안에서도 '예술' 추구하는 김헌우…관중 반응 등 변수도 다양
(항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브레이킹의 핵심은 회전이다. 유려한 스텝 역시 '춤'으로서 성격을 강화하지만, 여전히 관중들의 시선을 빼앗는 건 화려한 회전 동작이다.
'671'이라는 활동명을 쓰는 중국의 비걸 류칭이는 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16강전에서 '에어트랙'을 선보였다.
한 손으로만 바닥을 짚고 몸을 공중에서 돌리는 에어트랙은 파워무브(고난도 회전 기술)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실수 없이 에어트랙을 마친 류칭이는 몇초 만에 4∼5바퀴를 회전하며 지켜보는 상대 선수의 기를 죽였다.
톱록(서서 움직이는 준비 동작), 다운록(손, 하체가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선보이는 스텝) 등을 통해 몸에 열을 낸 선수들은 모두 중심에서 자신만의 회전 기술 연계를 선보인다.
우리나라 대표 비보이 김헌우(Wing)는 윈드밀(windmill·머리, 어깨, 등 상부를 써서 회전하는 기술)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 '윙밀'(wingmill)이라는 특별한 기술도 가지고 있다.
브레이킹은 '춤'인 만큼 기술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보는 사람이 질리지 않게 여러 가지 회전 기술을 넣어 전체적인 연기를 짜야 한다.
팽이처럼 1분 내내 쉬지 않고 회전하는 체력과 운동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운동선수보다도 브레이킹 댄서들의 신체가 탄탄해 보인다.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은 이번 항저우 대회를 통해서도 아시안게임에 처음 도입됐다.
1970년대 힙합 문화의 일부로 발명된 브레이킹의 시원은 길거리였다. 거리에서 댄스 배틀을 벌이는 문화가 제도화돼 결국 스포츠의 영역까지 들어왔다.
벌써 20년이 넘게 비보이로 활약하는 김홍열(Hong10)은 성한 곳이 없다. 매일 몇시간씩 격한 회전을 연습한 그는 목도, 팔도, 무릎도 아프다.
6일 남자부 8강 진출을 확정한 김홍열은 "무대에 올라선 후 '드디어 브레이킹이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회를 밝혔다.
스포츠로서 '첫선'을 보인 브레이킹이지만, 여전히 '길거리 문화'를 품고 있었다.
김홍열은 16강 첫 경기인 중국의 치샹위(Lithe-ing)와 1대1 배틀 1라운드에서 연기를 펼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상대를 지목했다. 기선 제압과 도발의 뜻을 담은 동작이다.
상대가 연기를 펼치는 동안에는 검지를 까딱까딱 흔들며 기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반면 16강 2차전인 치나붓 찬트랏(Cheno)과 경기에서는 2라운드가 시작하기 전 상대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독려하기도 했다.
예선은 아예 4명씩 조를 이루는 '사이퍼'로 진행됐다. 다른 종목에서는 생소한 형태다.
사이퍼는 무대 복판에 둥그렇게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경쟁 방식이다. 나머지 선수는 차례를 기다리며 상대 퍼포먼스를 지켜본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이다.
경기를 진행하는 것도 심판이 아니라 전문 MC다.
MC들은 흥을 띄우며 연기 중 나오는 음악에 따라 선수의 동작을 보고 추임새를 넣었다.
김헌우는 스포츠로 경쟁하는 와중에도 예술성을 품으려 한다.
16강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기고 8강행을 확정한 김헌우는 "24년간 춤을 췄다.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국민들께서 그걸 잘 봐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춤을 개발하면서 나만의 예술적인 동작을 많이 넣었다. 그게 스포츠 영역에서도 통할까 나도 궁금하다"며 "그래서 내게도 이번 대회는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로서 브레이킹은 승자를 채점으로 가린다. 9명의 심사위원진은 기술력, 표현력,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까지 5개 부문에서 점수를 매긴다.
아직 예술과 스포츠의 경계에 있는 종목인 만큼 변수도 많다.
김헌우가 꼽는 변수 중 하나는 관중들의 반응이다. 김헌우는 "(관중의 반응이 좋지 못하면) 많이 힘들다. 춤이라서 그런 부분이 더 강하다"고 짚었다.
자국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중국 관중이 가득한 장내의 분위기도 그만큼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헌우는 "관중들이 자국을 응원하니까 분명히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된다. 심사위원들도 그걸 느낄 수밖에 없다"며 "나도 심사를 많이 해본 입장이라서 안다. '여기에 반응하면 안 되는데'라고 느끼면서도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비걸 전지예(Freshbella)는 "문화 영역이냐 스포츠 영역이냐 말이 많은데, 스포츠 종목이 된 후 선수촌에서 훈련해보니 크게 다르지 않다"며 "스포츠가 아닐 때도 이런 분위기로 대회에 나섰다. 노래를 듣고 춤추는 건 똑같다"이라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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