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몸을 통해 본 중세의 삶[책과 삶]
중세 시대의 몸
잭 하트넬 지음 | 장성주 옮김
시공아트 | 456쪽 | 3만2000원
중세가 ‘암흑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근래의 많은 연구와 저작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화려한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 중간에 낀, 금욕적이며 엄혹하고 우울한 중세 이미지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중세 비잔틴 제국, 이슬람 세계 사람들은 나름의 문화와 학문으로 다가올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술사학자 잭 하트넬의 <중세 시대의 몸>은 인간의 몸을 통해 중세의 삶을 들여다본다. 의학을 기본으로 미술, 종교, 역사를 아우르며 몸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살핀다. “태어나고, 씻기고, 옷을 입고, 사랑받고, 다치고, 멍들고, 절개되고, 매장되고, 심지어 부활하기까지 한 중세의 몸은, 과거의 일상생활의 본질 자체를 이해하는 경로”이기 때문이다.
머리는 몸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누린 부위였지만, 그러한 이유로 가장 가혹한 형벌을 받는 부위기도 했다. 참수형은 종종 순교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이었고, 성도들은 성인의 머리뼈를 갖기 위해 안달이었다. 손은 점술 체계가 드러나는 장소였다. 수상술, 즉 손금 보는 기술에서 십자가 모양은 예기치 못한 파멸, 원 두 개가 중복된 ‘○○’ 모양은 곧 고환을 잃으리라는 예언으로 여겨졌다.
중세 사람들에게 인체는 “고대의 복잡한 이론을 논의하고 발전시킨 공간이자, 감각을 이용해 주위 세계와 접촉하는 매개체였고, 성과 종교와 인종이라는 상이한 정체성들이 불협화음을 빚는 무대였으며, 추악함과 고통부터 가장 황홀한 아름다움까지 여러 미학적 관념을 표현하는 화폭”이었다.
오늘날과 비슷한 인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 중세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떨어질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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