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찬란하다…쓸모있고 아름다운 ‘알 백과사전’[그림책]

손버들 기자 2023. 10. 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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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든 생명의 시작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이명아 옮김
여유당 | 96쪽 | 2만2000원

알은 세로로 쥐면 아무리 힘을 줘도 금이 가지 않는다. 알이 단단할 수 있는 것은 활 모양으로 휘어지는 완벽한 곡선 덕분이다. 튼튼한 아치 형태의 건축물에 견줄 만하다. 알의 곡선은 생존과 직결된다. 알을 품는 부모 새의 무게를 버텨야 하기에 쉽게 부서져선 안 된다.

알의 아름다움은 욕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조류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19세기에는 희귀한 알을 수집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이는 많은 종의 새를 멸종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도 인간의 탐욕은 기후변화를 부르고, 지구상의 많은 알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새알이라고 다 같은 새알이 아니다. 대부분 타원형인 새알은 한쪽 끝은 둥글고 다른 쪽 끝은 그보다 좀 더 뾰족하다. 해안 절벽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주로 끝이 뾰족한 알을 낳는다. 이런 알은 둥지에서 잘 굴러떨어지지 않고 뾰족한 끝으로 그 자리에서 빙그르르 돈다. 반면 땅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주로 동그스름한 알을 낳는다. 알의 다양한 바탕색과 반점·얼룩 등은 새 몸속 색소 샘 유전자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알은 코끼리새가 낳았던 알이다. 이제는 멸종된 코끼리새의 알 크기는 세로 34㎝, 둘레는 1m에 이른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알은 벌새 알이다. 길이가 10㎜로 커피콩만 하다. 새들은 그들의 ‘종족’만큼 다양한 집에서 산다. 높은 나뭇가지에 주머니 모양의 둥지를 틀기도 하고, 둔덕, 나무 구멍, 건축물의 벽과 굴뚝, 땅바닥과 절벽에 집을 짓는다. 알의 색과 모양도 서식지에 따라 달라진다. 암컷 황제펭귄이 알을 낳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떠난 사이 수컷은 발등 위에 알을 올려놓고 품는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알을 지키는 수컷 황제펭귄의 부성애는 경외심을 부른다.

알의 내부와 병아리의 탄생 과정을 읽다 보면 작고 약한 껍데기 안에 하나의 우주를 품고 있는 알이 숭고하게만 느껴진다. 책은 조류뿐만 아니라 양서류, 파충류, 어류, 오리너구리와 같이 알을 낳는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생태학적 정보를 도감처럼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인간들의 삶 속에도 알은 찬란하다. 생명이 알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은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화, 종교, 민담이나 예술작품 속에서 알이 어떻게 인식되고 표현되어 왔는지 간결한 글로 전한다. ‘알은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완전한 물체’라고 쓴 첫 페이지의 문구에 끄덕이게 된다. 알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알알이 영근 책이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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