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자연과 나의 연결고리[책과 삶]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 608쪽 | 3만3000원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들으며’ 살까? 오늘날 도시인들에게 있어 ‘듣기’는 ‘소음’에 가깝다. 대체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으로 막아버려야 할 불청객에 가까운 것이다.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에서 지구상 생물의 ‘소리’의 탄생 역사로부터 시작해 오늘날의 ‘도시 소음’까지 논의를 이어간다. 지구 탄생 직후 약 30억년간 ‘고의로’ 소리를 낸 생물은 없었다. 포식자에게 들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육상 곤충에게 날개가 생겨 포식자로부터 도망갈 수 있었고, 소통을 하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내는 생명체들이 생겨났다. 이처럼 태초의 소리는 ‘소통’, ‘연결’을 위해 탄생했다.
저자는 오늘날 인간들이 ‘소리’를 얼마나 간과하고 있는지 통렬하게 지적한다. 인간은 다른 동식물의 다채로운 소리를 듣지 않고,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죄책감 없이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지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파괴한다. 또 인간들은 대량 생산의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내는 ‘소음’이 얼마나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는지 의식하지 않는다. 석유 시추선, 화물 선박 등이 내는 바다 소음은 온몸으로 소리를 듣는 고래 등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마치 아파트의 ‘층간소음’ 등 도시 소음처럼 말이다. 도시 소음과 해양 소음의 공통점은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기 쉽다는 점이다.
책의 제목은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지만 저자는 단지 자연을 ‘우리를 치유하는 힐링 자연’ 같은 느낌으로 묘사하진 않는다. 우리는 우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로써 다시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감각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말이다.
책은 의외로 많은 부분을 도시 소음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쉽게도 뾰족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러 번 더 읽어보면 될 일이다. 이 책은 곱씹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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