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시장 격랑 속으로?…고용지표 강세보다 더 큰 악재[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10. 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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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국채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이 국채에 대해 원리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거나 새로 발행한 국채를 다 팔지 못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면서 국채 발행이 계속 증가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요구하는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재정적자 증가, 위기에 빠진 美 국채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그렉 입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 부채 규모와 증가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조정력의 부재 등이 미국 국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몇 주일간 미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올라간 것도 미국 정부의 늘어나는 빚으로 국채 발행이 계속 증가하는데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이제 끝났거나 끝나지 않았더라도 기껏 한 번 더 남은 상황에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입은 최근 국채수익률 상승의 대부분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봤다. 국채수익률은 단기 국채 금리 전망치와 기간 프리미엄의 합으로 결정된다. 단기 국채 금리 전망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기간 프리미엄은 국채를 만기 때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대한 보상으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금리이다. 기간 프리미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 입의 진단이다.

금리 상승→국채 발행 증가, 악순환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경제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연준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뒤 지금은 리서치회사 언더라잉 인플레이션을 운영하는 리카르도 트레치에 따르면 과거 20년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반영한 금리 예측 모델은 잘 작동하지 않았다.

연준이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위축될까 우려하며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며 상당 기간 동안 양적 완화(국채 매입)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낮으니 미국 정부는 이자 걱정 없이 국채 발행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 급등을 겪으며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고 양적 완화를 중단한 뒤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줄여나가는 양적 긴축으로 돌아섰다. 이 결과 20여년만에 다시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요해지게 됐다.

국채 발행 증가로 포트폴리오 조정
미국 정부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그 이자분만큼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정부 부담 이자로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의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국채 물량을 받아내야 했고 이를 위해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을 늘리고 주식은 줄여도 총 수익률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채에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했고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낮아지게 됐다.

입은 이것이 최근 한달간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자산 포트폴리오와 가격의 조정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디폴트 위험 없지만 금리 급등 부담
재정적자 문제는 평소에는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지만 어느 순간 국가의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인이 된다. 1994년에는 멕시코가 디폴트 위험에 직면했고 2009년에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부채위기를 겪었다.

물론 미국이 부채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혀 없다. 미국의 달러는 전세계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라도 빚을 갚을 수 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해외 요인보다는 주로 국내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미국 영향을 심하게 받는 다른 나라들보다 통제하기가 쉽다.

미국 정부는 이런 이점 때문에 별 다른 위기감 없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부채를 쌓아올 수 있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석 경영이사인 마크 위드먼은 "모든 언론의 톱기사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도배될 날이 올까"라고 반문한 뒤 "현재로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까"라며 "확실히 패러다임 변화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도 미국 국채를 사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7% 돌파
지난주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회계연도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학자금 대출과 관련한 회계 왜곡을 조정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어섰다. 이는 1930년 이후 전쟁과 경기 침체가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입은 지금처럼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을 때도 재정적자 비율이 이처럼 높다면 경기가 둔화될 경우 재정적자 비율은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정책 갈등으로 의회 파행
최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쫓겨나는 파행을 겪은 미국 의회의 문제도 재정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다.

공화당 출신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정부 지출 중단으로 인한 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을 막고자 여당인 민주당과 45일짜리 임시예산안에 합의하자 강력한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 강경파가 주도해 매카시를 하원의장에서 해임한 것이다.

문제는 임시예산안의 효력은 다음달 중순에 끝난다는 점이다. 그 때까지 정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또 다시 셧다운 위기에 몰린다.

정치 영향력 커진 美 국채시장
미국은 올 상반기에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늦어지며 기술적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 반복적인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이어지면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의 하나인 S&P는 2011년에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디폴트 위기에 몰렸을 때 미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또 다른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8월1일에 올 상반기에 있었던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마지막 남은 무디스는 지난 9월25일에 미국 정부가 셧다운되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AAA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마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미국의 국채수익률을 더욱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9월 고용지표마저 초강세
6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 9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33만6000명으로 다우존스 컨센서스인 17만명을 거의 2배 가까이 웃돌았다. 다만 평균 시간당 임금은 0.2% 올라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0.3% 상승을 하회했다. 또 실업률은 3.8%로 시장 전망치 3.7%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난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경제는 예상 이상으로 강한 만큼 연준의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고자 하는 긴축 기조가 이어지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국채시장이 이제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과 극한의 대치 상황을 겪고 있는 정치권의 영향권 아래에 당분간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어 국채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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