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시장 격랑 속으로?…고용지표 강세보다 더 큰 악재[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국채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이 국채에 대해 원리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거나 새로 발행한 국채를 다 팔지 못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면서 국채 발행이 계속 증가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요구하는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최근 몇 주일간 미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올라간 것도 미국 정부의 늘어나는 빚으로 국채 발행이 계속 증가하는데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이제 끝났거나 끝나지 않았더라도 기껏 한 번 더 남은 상황에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입은 최근 국채수익률 상승의 대부분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봤다. 국채수익률은 단기 국채 금리 전망치와 기간 프리미엄의 합으로 결정된다. 단기 국채 금리 전망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기간 프리미엄은 국채를 만기 때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대한 보상으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금리이다. 기간 프리미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 입의 진단이다.
연준이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위축될까 우려하며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며 상당 기간 동안 양적 완화(국채 매입)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낮으니 미국 정부는 이자 걱정 없이 국채 발행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 급등을 겪으며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고 양적 완화를 중단한 뒤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줄여나가는 양적 긴축으로 돌아섰다. 이 결과 20여년만에 다시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요해지게 됐다.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정부 부담 이자로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의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국채 물량을 받아내야 했고 이를 위해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을 늘리고 주식은 줄여도 총 수익률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채에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했고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낮아지게 됐다.
입은 이것이 최근 한달간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자산 포트폴리오와 가격의 조정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이 부채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전혀 없다. 미국의 달러는 전세계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라도 빚을 갚을 수 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해외 요인보다는 주로 국내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미국 영향을 심하게 받는 다른 나라들보다 통제하기가 쉽다.
미국 정부는 이런 이점 때문에 별 다른 위기감 없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부채를 쌓아올 수 있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석 경영이사인 마크 위드먼은 "모든 언론의 톱기사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도배될 날이 올까"라고 반문한 뒤 "현재로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입은 지금처럼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을 때도 재정적자 비율이 이처럼 높다면 경기가 둔화될 경우 재정적자 비율은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화당 출신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정부 지출 중단으로 인한 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을 막고자 여당인 민주당과 45일짜리 임시예산안에 합의하자 강력한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 강경파가 주도해 매카시를 하원의장에서 해임한 것이다.
문제는 임시예산안의 효력은 다음달 중순에 끝난다는 점이다. 그 때까지 정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또 다시 셧다운 위기에 몰린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의 하나인 S&P는 2011년에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디폴트 위기에 몰렸을 때 미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또 다른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8월1일에 올 상반기에 있었던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마지막 남은 무디스는 지난 9월25일에 미국 정부가 셧다운되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AAA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마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미국의 국채수익률을 더욱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난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경제는 예상 이상으로 강한 만큼 연준의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고자 하는 긴축 기조가 이어지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국채시장이 이제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과 극한의 대치 상황을 겪고 있는 정치권의 영향권 아래에 당분간 갇혀 있을 수 밖에 없어 국채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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