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어떻게 송이버섯을 사랑할 것인가
송이는 영어권에서는 matsutake mushroom 혹은 pine mushroom이라 부른다. 마쓰타케는 일본어로 마쓰는 소나무를, 타케는 버섯을 뜻한다. 송이는 오래전부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아왔는데 인공적으로 경작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송이가 사라지는 것은 소나무 숲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나 칭은 <사랑받지 못한 타자들: 멸종 시대의 무시된 존재들의 죽음>(2011)에 실은 “포용의 기술, 버섯을 사랑하는 방법”에서 일본과 미국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송이가 단지 맛있는 음식만이 아니라, 환경적 웰빙의 상징이 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소나무 숲은 점점 줄었다. 1980년대 일본이 세계 각지에서 송이를 수입하며 가격이 상승했다. 많은 기업이 일본에 송이를 보내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도 일본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송이 채집에 나섰다. 앤디 무어도 그중 한 명이었다. 무어는 베트남전쟁 시기 징집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 다양한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1980년대 말 송이 열풍이 미국 태평양 북서부에 불었다. 숲은 송이 채집자로 가득 찼다. 일본은 여전히 호황이어서 가격은 매우 좋았다. 채집자들은 ‘화이트 골드’로 부자가 되고자 했다.
무어도 송이 채집을 시작했다. 당시 무어는 사유지 숲을 돌보는 일을 하며 조그만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무어에게 송이를 탐사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다. 송이는 특정한 소나무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기 때문에, 송이를 채집하는 최선의 방법은 매해 같은 나무에 가서 살펴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공유지 숲에서 채집하여 같은 나무를 찾아가도 이미 다른 이가 따간 후였다. 반면에 무어는 다른 채집자가 들어올 수 없는 거대한 숲이 있었다.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무어는 송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텅 빈 나무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버섯들이 나타났다. 어떠한 요소가 버섯을 생기게 할까? 무어는 자신만의 영토에서 버섯이 나온 모든 장소를 표시하고, 언제 얼마나 어떤 크기의 버섯이 나타났는지 계속 기록했다. 무어는 훈련이나 조언 없이 자신만의 수단으로 과학적 탐사를 개발해나갔고, 1998년 자신이 발견한 사실들을 웹사이트(Matsiman.com)를 열어서 공개했다. 무어는 이 사이트를 누구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들어, 송이에 대한 지식을 만들고 확산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또 다른 한편, 일본에서는 소나무 숲을 되살리려는 운동이 진행됐다. 2차 대전 이후, 난방에 화석연료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트랙터가 소를 대체했다. 아무도 숲에서 화목을 수집하거나, 석탄을 깨거나, 나뭇잎을 모아가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며, 노인들만 마을에 남았고, 마을 숲은 무시됐다. 무시된 숲에서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영토를 넓혀갔고, 그들의 그늘에 가려 소나무들은 죽어갔다. 1970년대 현대 일본의 황폐화된 환경을 복구하려는 시민운동이 성장했다. 이들은 인간과 비인간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가운데 과학자 요시무라 박사는 소나무 숲을 되살려 맛있는 송이를 수확하는 집단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아나 칭은 앞서 기술한 송이에 관한 두 가지 사례를 플랜테이션 과학에 도전하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플랜테이션 과학에서 관리자와 전문가는 인간의 이익에 맞추어 작물을 통제한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누구도 “누구를 위한 웰빙인가”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아나 칭의 표현을 빌리면, “전문가와 대상은 구분되어 이 사이에 사랑은 흐르지 않는다”. 아나 칭이 제시하는 “버섯을 사랑하는 방법”은 인간과 비인간이 어떻게 함께 공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는 보다 민주적인 과학과 포용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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