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로댕과 곰리
“로댕이 조각에 대한 중요한 영감과 혁신의 원천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고대와 현대의 방법과 재료를 놀라운 예지력으로 결합하여 조각을 해방시킨 방식 때문입니다. 다양한 실험을 향해 열려 있던 현대조각의 선구자는 신흥 산업시대의 모든 수단을 갖추고, 대량 생산의 역량을 바탕으로 자유로움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나는 ‘크리티컬 매스 2’가 신체의 힘을 조각 예술에 다시 부여하고, 재활용하려는 나의 시도가 가장 집중적으로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파리의 로댕미술관에 앤터니 곰리의 작품이 흩어져 있었다. 미술관 입구에서 지옥의 문으로 향하는 마당을 가로지르며 곰리가 1995년 발표한 작품 ‘크리티컬 매스 2’ 시리즈를 설치하여 관객을 맞이한다. 그동안 다양한 기획전을 이어왔던 로댕미술관이 이번에 선택한 작가가 앤터니 곰리였다. “몸은 언어 이전의 언어”라는 말로 인체를 바라보는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한 바 있는 그는 자신의 몸을 캐스팅하여 발전시킨 조각을 바탕으로 인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이 로댕과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체조각과 몸의 관계를 미술관이라는 건축공간 안에서 새롭게 경험해보기를 기대했다.
60여점에 달하는 곰리의 작품이 로댕의 두상 조각 사이사이, ‘청동시대’ 옆, 발자크 코트 옆 등 로댕의 작품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자리 잡았다. 기획의 의도가 선명한 전시장 안에서 인체를 향한 서로 다른 조각적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었다. 문제는 관객들의 시선이 로댕에 사로잡혀 좀처럼 곰리의 작품을 향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것이 작가의 문제인지, 기획의 문제인지, 관객의 문제인지 궁금해졌다.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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