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숨기려 하면 더 드러난다
"한국 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에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영화는 소재가 다양하고 창작에 대한 자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배우 주윤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영원한 큰 형님'이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주윤발이 중국의 검열로 영화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홍콩 민주화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그는 한국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하며, K-영화의 경쟁력은 창작의 자유에 있다고도 했죠.
그런데, 각본 없는 스포츠 행사에서도 중국의 검열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에서 1, 2위를 차지한 중국 선수들이 서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는데, 하필 그들이 달고 있던 번호가 6과 4였습니다.
'6·4'는 1989년 6월 4일 중국 정부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에 중국에선 검열 대상이거든요.
중국 관영 매체인 CCTV가 1시간 만에 이 선수들의 사진을 삭제해 버린 데 이어 각종 포털 사이트들도 이 사진을 없애버렸습니다.
또 같은 종목 예선전에서 9번을 달았던 중국 선수가 8번을 달았던 한국의 조은주 선수와 만나 악수하는 사진이 퍼지면서 "89, 1989년이라는 연도까지 완성됐다"는 말이 나오며 중국 포털과 웨이보에선 이 선수들의 사진마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스포츠를 체제 선전과 수호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은 한 수 더 뜹니다.
북한 선수들은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철저히 한국 선수들을 외면, 북한 TV는 여자축구 남북 대결을 보도하며 한국을 아예 괴뢰라고 표현했으니까요.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슬로건은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입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어떤 미래가 보이십니까.
게다가 톈안먼 사태를 잊게 하고픈 중국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이번 일로 오히려 톈안먼 사태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으니 이를 어쩌죠.
검열은 수천수만 명의 눈은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진실은 가릴 수가 없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숨기려 하면 더 드러난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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