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거진 청문회 무용론…장관급 임명강행 文정부땐 34명, 尹정부 벌써 19명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10. 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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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청문회 공방끝 파행
7일 신원식 임명 강행 예고
유인촌 청문보고서는 채택
협치 실종에 임명강행 급증
정책 질의 순기능 사라지고
정쟁·망신주기만 무한반복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여당 의원과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결국 여야 신경전 끝에 파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예고했다. 국회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극심한 정쟁을 반복하고, 야당 반대에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지면서 일각에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채 임명된 장관 수는 곧 19명에 이를 예정이다. 여야 협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한국 정치의 단면이다.

6일 오전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단독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전날 가까스로 열린 청문회는 밤 늦은 시각까지 계속됐으나 끝내 파행되고 말았다. 다음날 진행된 청문회는 여당 의원들과 김 후보자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만 이어졌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청문회를 독단적으로 강행했다며 권인숙 여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은 권인숙 위원장과 민주당이 반복하고 있는 의회 폭거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권인숙 여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정감사를 제외한 향후 어떠한 의사일정도 결코 합의해줄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반발했다.

여야가 시종일관 극한대립을 이어가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여야 대립이 지속진다면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후보자와 같은날(5일) 청문회를 진행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채택됐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7일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대통령은 5일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고 재송부 기한은 6일까지였다.

보통 사흘이었던 재송부 기한을 이틀로 단축한 것도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 강대강 대치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여야가 6일까지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해 신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18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야당의 ‘인사무능’ 비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대통령실 인사 차원이라기 보다는 국회에서 여야 간 정치적 다툼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신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장관급 임명은 19건을 돌파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 만으로 벌써 문재인 정부 사례(34건)의 절반을 넘겼다. 야당이 타협없이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임명 강행 사례는 정권을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시절엔 3건에 불과했지만 박근혜 정부(10건), 이명박 정부(17건)를 거치며 점차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임 정부의 2배로 늘었다.

행정부 견제 수단인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문회가 무력화된 원인으로 정치 양극화를 꼽고, 정책 위주로 청문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태 신라대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정치의 극단주의”라며 “후보자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비공개로 하고,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질의는 공개로 하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전에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야당이 반대할 것을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인사들이 많아졌다”며 “정부가 야당도 반대 못할 인재들을 발굴해 추천하고 청문회에 보내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문회가 정쟁으로 치닫다 보니 정부가 의원 출신 후보자를 선호하는 현상도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국회의 청문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교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가장 큰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라며 “의원 출신 장관이 (내각에)여러 명 들어가는 구조로 바뀐다면 민주주의 기본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은 야당의 독주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뒤 협치를 하지 않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야당의 오만함이 이런 결과물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가 코미디 프로를 대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는 장관의 업무수행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것인데, 청문위원인 국회의원들은 깨끗한 사람들인가”라며 “5선으로서 쭉 경험해왔지만 21대 국회가 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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