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과 깡→비겁한 행동 NO"…'쇼트트랙 선수'부터 '화란'의 송중기가 되기까지 [28th BIFF](종합)
[마이데일리 = 부산 노한빈 기자] 배우 송중기가 지금의 대배우 송중기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회상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 시어터에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송중기' 스페셜 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활약했던 송중기가 '화란'(2023)으로 2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앞서 송중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으며 전국체육대회에 대전 대표 선수로도 출전했으나, 중학교 2학년 때 발목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이날 송중기는 그 이후를 이야기했다.
그는 "'배우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부정적인 반응이셨다. 평범하게 학창시절 보냈으면 하셨다"며 "나조차 '내가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맞나?', '뜬 생각은 아닌가?', '괜히 들떠서 어린 마음에 좋아보여서 말씀드린 게 아닌가?' 그 경계에서 고민했던 시간이었다"고 쇼트트랙을 그만두게 된 이후를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부모님 반대가 심해서 못했다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확신이 없었고 용기가 없었다. 그 경계가 없어졌다는 건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라면서 "대학교 가서 군대를 가기 직전에 '실천해야 하는데' 하고 경계를 넘었다"며 "보조출연 신청해서 현장에 갔다. 그게 경게를 넘은 순간"이라고 돌이켰다.
"보조출연할 때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송중기는 "그런데 운 좋게 '칼잡이 오수정' 조감독님이 '와봐'라고 하셨다. 주신 역할이 기자3 정도였다. 제 앞에는 성동일 선배가 있었고, 짧은 대사를 맡았다. 그때 연출감독님께서 '되게 잘하네. 더 찍을게요' 해 주셨다. 칭찬 받으니까 '거창한 건 아니지만 '잘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동일 선배는 대배우인데 제 앞에서 연기하니까 너무 신기했다"며 "나중에 현장에서 동료로 만나게 돼서 설렜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선수 경험으로 남은 것을 묻자 그는 "악과 깡은 생긴 것 같다"며 "쇼트트랙은 얼음 위에서 하는 훈련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1~2시간 밖에 안 되고 지상 바깥에서 하는 훈련이 3~4배는 많다. 지구력 훈련을 많이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작게 보는 것보다 거시적으로 보는 게 단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참는 법, 길게 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또 길게 하고 싶다. 어렸을 때 그런 점들을 생각하고 살았던 시기가 아니었다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송중기는 "처음 공식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왔을 때가 박보영 배우와 '늑대소년'으로 왔을 때다. 10년 조금 지난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야외 극장에서 '늑대소년'을 처음 스크리닝했다"는 송중기는 "저희 둘 다 신인배우였고 감독님도 신인감독님이셔서 '자리가 다 안 차면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계단까지 꽉 차서 철수(송중기)가 울 때 같이 울어주시고 귀엽다고 해 주셔서 소름이 쫙 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보영 씨가 출연한다는 걸 알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처음엔 거절했다"고 밝힌 송중기는 "드라마 주인공을 맡기 시작했을 때다. 어깨에 얼마나 힘이 들어가있겠냐. '대사도 없는 걸' 하고 건방진 마음에 거절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송중기는 "그런데 한두 달 뒤에 다시 대본이 왔다"며 "다시 읽는데 소름이 쫙 돋았다. 이야기에 매료됐다. 처음에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 대사가 없어서 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손발이 다 묶인 기분이 들었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마임을 전문으로 하시는 선배님이 몇 달동안 트레이닝해 주시고 '동물원 가자'고 하셨다. 감독님께서는 '강아지를 꾸준히 봐라'고 했다. 시나리오도 강아지를 꾸준히 보고 쓰셨다더라"고 얘기했다.
"어려웠다"는 송중기는 "보영 씨 말을 계속 듣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상대 배우의 연기를 계속 보는 게 중요한 거구나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그래서 저한테는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영광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배우 송중기한테도 많은 걸 가르쳐준 작품이라서 더 소중한 작품"이라고 지난 2012년 개봉된 영화 '늑대소년'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6월 품에 안은 아들이 언급되자 송중기는 "백 일 조금 넘었다"고 밝히며 웃어 보였다.
"저는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지만 배우이기 전에 인간 송중기로서도 '아들한테 떳떳하지 못한 아빠는 되지 말자' 그게 더 선명해진 것 같다"는 송중기는 "제 직업군으로 들어왔을 때도 배우로서도 '떳떳한 배우가 되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하자'라는 생각을 요즘 굉장히 많이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그는 "그래야 될 것 같고 '화란' 편집본을 보면서도 치건(송중기)이가 영규(홍사빈)에게 그런 좋은 점을 물려주진 못했지만 어른이 좋은 세상을 다음 세대한테 물려줘야 하지 않나 싶다.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할 수있겠지만 그래도 성인이라면 그래야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저는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쉬운 역할과 어려운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쉬운 역할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역할은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라면서 "역할이 어려웠다기보다는 제가 가진 중압감이 컸다. 위대하고 위대하신 실제인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제가 자라서 한석규 선배님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제가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중압감에 심하게 짓눌렀었다"는 송중기는 "그 작품과 역학을 너무너무너무 잘해내고 싶어서 계속 중압감이 커졌다. 그런 마음에서 그 역할이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중기는 "비겁한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임하고 있다.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며 "어제 새벽에도 홍사빈 배우와 가볍게 술한잔 하면서 '나도 선배님들한테 많이 얘기들었는데, 네가 나중에 이런 위치에 온다면 책임질 수 있는, 비겁하지 않은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한편, '화란'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초청돼 주목받았으며, 오는 11일 전국 개봉한다. 송중기는 '화란'에서 조직의 중간보스인 치건 역으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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