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힘자랑·與 협치 노력 안 해… 극단정치 피해는 국민 몫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부결]
與野 원내대표 막판 회동 시도했지만
입장차만 확인 15분 만에 빈손으로 끝
이균용 “국회 비판 수용” 호소도 역부족
민주, 이번엔 이탈표 없이 압도적 부결
與 “난폭한 다수의 횡포” 규탄 대회
野 “부적격자 걸러내는 게 삼권분립”
여야의 강대강 대치 속 타협이 자리 잡을 틈이 없었다.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거대 양당의 정치력 부재가 ‘정치 후진화’를 넘어 사법부 수장 공백 장기화를 야기해 삼권분립의 균형마저 깨뜨린 사건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다수 의석으로 무장한 야당은 부결 당론을 밀어붙이는 데 거침없었고, 이를 바라보는 여당의 설득 노력은 찾기 어려웠다. 여야는 종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앞두고 일말의 타협 가능성을 찾기 위한 막판 회동을 가졌으나 알맹이 없는 ‘맹탕 회동’에서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전 10시15분쯤 국회에서 만나 막판 타협을 시도했지만 불과 약 15분 만에 회의실에서 나와 각자의 갈 길을 갔다.
홍 원내대표는 대법원장 인준안과 관련해 변화된 입장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 “아니다.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본회의에 앞서 윤 원내대표를 다시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안 만난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냥 의례적인 만남이었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윤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일정이 외부에 알려진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취재진의 각종 질문에 “상대방(홍 원내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대답을 삼갔다.
당초 대법원장 인준안은 원내 제1당인 민주당(168석) 의석만으로도 부결시키는 데 무리가 없었다. 여기에 정의당(6석)이 가세함에 따라 부결은 불가역적인 일이 됐고 국민의힘(111석)은 손쓸 방법이 없었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준을 얻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 흔치 않은 기회였다.
◆與 “사법부 마비시키려 하나”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증여세 탈루 등 의혹은 쉬쉬한 채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해 온 국민의힘은 인준 부결이 현실화하자 “난폭한 다수의 횡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부결됐다”며 “그 피해자는 국민이고 따라서 이는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차기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최선의 후보를 찾아서 국회 임명동의를 기다린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됐기 때문에 사법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임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1988년 이후 35년 만인 것 같은데, 여야 간 많은 대치가 있었고 어떤 경우 극한 대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법부 수장을 장기간 공백으로 두는 경우는 없었다”며 “중요한 헌법기관인 법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 부결은 그런 합의를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민영·곽은산·유지혜·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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