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법원장 퇴짜에 '사법공백' 장기화 위기…민생법안 88건 지각 통과
국회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부결됐다.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신속 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 건'은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만장일치 당론으로 임명동의안 부결을 끌어낸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고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함에 따라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절차부터 다시 돌입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사법부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적임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재적 의원 5분의 3(180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민주당 168명과 정의당 6명,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면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탈표 발생 가능성도 있던 만큼 부결 가능성도 예상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단식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표결 직전인 이날 오후 5시30분쯤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은 출석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할 것을 우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는 등 지배구조 변경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 방송3법 모두 여야 이견이 큰 상황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은 숙의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동의안 표결 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논의한 뒤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결과, 여야 간 추가적 논의를 거쳐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여 이후 본회의 처리하기로 하고 오늘 제출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은 표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7월부터 익명의 산모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했다. 보호출산제는 최근 출생신고 없이 태어난 영아가 살해·유기된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대범죄 피의자에 대해 '머그샷'(mugshot·체포 시점에 범죄자 인상착의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도 본회의서 처리했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신상정보 공개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정순신 방지법'도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앞으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학교의 조치가 늦어지면 피해 학생 및 보호자는 교육감에게 신고할 수 있게 됐다.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을 공개하도록 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가결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총 12개 국회 위원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도 처리했다.
이 밖에 치매, 우울증 등 뇌질환 관련 3세대 치료 분야의 진흥과 뇌 관련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뇌연구촉진법' 개정안, 매년 11월 2일을 수소의 날로 정해 수소경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중첩 · 얽힘 원리를 활용해 고전물리학의 법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양자역학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등이 이날 국회 문턱을 넘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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