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모르쇠' 유인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청문회서 블랙리스트 의혹 전면 부인… 민주당 "알았으면 공범, 몰랐으면 바보"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6일 채택됐다. 적격·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 비슷한 시기 치러진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비교해 무난한 청문회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
유인촌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도, 사진기자 욕설 논란도 사실이 아니라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은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부적격 의견을 병기한 이유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사청문회 당일 문화예술계 단체(128개)·개인(942명)으로 구성된 '유인촌 문체부 장관 지명 철회 촉구 문화예술인 공동행동'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인촌 후보는 좌파 예술인 적출 정책을 추진해 문화예술계를 권력에 순응하게 했다”고 유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문체위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종합의견 부적격 의견에서 “블랙리스트는 각종 수사 및 진상조사 등을 통해 모두 밝혀진 것이고, 후보자가 과거 장관 재임 당시 관여했다는 것을 여러 증거와 증언이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이를 계속해서 전면 부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문체부 주도로 발간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는 유인촌 후보자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백서에 따르면 유인촌 후보자는 2008년 문체부 장관 재직 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의 U-AT 사업 중단 구두지시를 내리고, 2009년 최종 사업중단을 결정했다. 결국 한예종은 기성회비·발전기금 재원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백서는 유 후보자가 △'한예종이 문화예술분야의 좌파 엘리트 집단의 온상'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 △사업 추진자들이 좌파라고 인식한 인사였다는 점 △다른 예술대학과의 관계 문제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백서는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중심으로 소속기관들에 대한 조직 장악, 다시 말해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들의 자율성을 일상적으로 침해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정책 구조와 조직문화를 새롭게 확립했다는 사실”이라며 “무리한 소속기관 길들이기와 블랙리스트 기관장 강제 사퇴를 불법적으로 강행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정책 구조화를 위한 기초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유인촌 후보자는 백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유 후보자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없었다”며 백서는 일방적으로 기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두고는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유인촌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징계받았다면서 “왜 나를 구속 안 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뜻이 있냐는 질의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들을 자세를 갖고 있다. 마음도 잘 어루만지겠다”고 했다.
청문회 당일 경향신문은 유인촌 후보자가 국정원으로부터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직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블랙리스트 없었다”던 유인촌, 국정원 직보받은 정황 나와> 보도에서 “유 후보자가 2010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종북 예술인'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직보받은 정황이 과거 검찰 수사기록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에는 “작가회의·민예총 내 온건 좌파 인물에 대해서는 끌어안기 등 순화 방안 강구”, “포용 가능한 종북 예술인들을 선별,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전략적 우군화 추진” 등 문체부 권고 사항도 적혀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인촌 후보자는 직보 받은적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실제 그걸(문건을) 전달받은 일도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에 찾아와 직접 뭘 주고 가고 이런 점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김윤덕 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장관이었던 후보자가 블랙리스트를) 알았으면 공범이고 몰랐으면 바보 아닌가”라고 했다.
또 유인촌 후보자는 2008년 국정감사에서 사진기자를 향해 욕설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 “허위이고 조작”이라고 했다. 방송사가 자막에 'XX'를 넣어 욕설로 오인된 것일 뿐, 자신은 욕설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후보자는 당시 논란이 일자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으며, 신문사 역시 유 후보자가 욕설·막말 논란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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