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낙마, 채상병 특검법 패트 태운 '거야의 힘'(종합)

한상희 기자 이서영 기자 노선웅 기자 2023. 10. 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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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18일 만에 채상병 특검 위해 국회 등원 눈길
머그샷공개법·보호출산제·정순신방지법 등 법안 처리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10.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이서영 노선웅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부결됐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75년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특히 이날 본회의장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팡이를 짚고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가 국회에 복귀한 것은 지난달 18일 단식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뒤 18일 만이다. 여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석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168석) 등 야당 의원 대부분이 부결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성인지 감수성 등이 문제라며 자격 미달 인사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부결 방침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결에 반발해 부결 발표 직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임명동의안 부결로 대법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됐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없이 대법원이 운영되는 것은 지난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처음부터 다시 후보자 지명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두 달 이상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연내에 대법원장 자리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올 여름 수해 구조 활동 중 순직한 채모 해병대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이나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특검을 통해 확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권의 일방적 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표결에 참여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3인(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일부 이탈표가 있다는 후문에 단식 후유증 회복 치료 중에도 직접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머그샷(mug shot·범인 식별을 위해 구금 과정에서 찍는 얼굴 사진) 공개법, 보호출산제 등 지난달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처리하지 못했던 80여 건의 민생 법안들도 통과됐다. 일명 '정순신 방지법'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비쟁점법안인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머그샷 공개법)은 여야가 함께 가결 처리했다. 중대 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정보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피의자가 거부할 경우 강제 촬영도 가능하다.

임신부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을 숨기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법안과 함께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도 가결 처리됐다.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보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가결됐다. 일명 '정순신 방지법'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국가가 피해 학생의 치유·회복을 돕는 보호시설을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학교폭력 정의에 사이버 폭력을 포함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보복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유해 성분에 따라 담배 제조사가 2년마다 검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담배 유해성 관리에 대한 법률안' 제정안도 의결돼 2년 뒤 시행된다. 이 밖에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세종의사당의 위치와 이전 범위 등을 규정한 '국회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도 가결됐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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