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청문회 줄행랑 친 김행, 이런 장관 후보자 있었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 도중 자리를 떠난 뒤 6일에도 청문회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청문 대상자가 줄행랑을 친 것은 처음이다. 숱한 의혹·거짓말 시비로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그의 돌출행동은 스스로 장관직을 맡을 뜻이 없음을 보여준 꼴이 됐다.
김 후보자 행태는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였다. 전날 밤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김 후보자가 자신이 설립한 소셜뉴스의 ‘주식 파킹’(우호적 제3자에게 주식을 맡겼다 재취득) 의혹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자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사퇴하던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말에 항의하며 퇴장하자 김 후보자도 주섬주섬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 위원장이 김 후보자의 착석을 지시하고 야당 의원들도 막아섰지만 김 후보자는 막무가내로 나가버렸다. 이후 청문회가 재개됐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도, 김 후보자도 없었다. 이날 오전 청문회가 다시 시작됐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국민 검증’ 무대다. 김 후보자는 국민의 알권리,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를 무시했다. 김 후보자가 당당하게 청문회에 임할 수도, 장관의 무게를 감당할 수도 없다면 자진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명 철회로 응분의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자들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지난 8월 잼버리 파행 책임을 추궁할 여가위 전체회의를 피하려고 국회 내에서 야당 의원들과 숨바꼭질 소동을 벌인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경원시하니, 그 공직자들도 여당 뒤에 숨어 기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현행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에는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부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입법 당시 청문 대상자가 도망친다는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국회는 차제에 관련 제도를 보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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