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직장내 괴롭힘’...인천 장애인 기관 팀장, 유서 남기고 사망

유족들 진상 규명 및 가해자 처벌 요구

민주노총 다같이유니온과 유족들은 ‘직장내 괴롭힘’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A씨 관련 6일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단체의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다같이유니온 제공

 

인천 연수구의 한 장애인활동 지원기관에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숨지자 노조와 유족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은 6일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남긴 유서를 바탕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에게 엄중한 법적 처벌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와 유족에 따르면 인천 모 장애인활동 지원기관의 팀장인 A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께 근무지인 연수구의 한 8층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단체의 대표와 이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그만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너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네요”라고 적은 유서를 남겼다.

노조는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활동한다’고 명시한 장애인 단체가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 법인 설립 취지를 역행했다”고 했다. 이어 “인천시는 법인 승인을 취소하고 연수구는 장애인 활동 지원기관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의 유족도 “고인의 시신을 적십자병원에 안치한 채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장애인 단체 대표 B씨는 “객관적인 상황을 보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몰아가서 너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B씨는 “고인이 업무에서 잦은 오타, 결제 누락, 개인 동의서 서명을 다른 사람에게 받는 등의 반복적인 실수에 대해 지적한 적은 있지만, 업무시간 외에 신체·정신적 고통을 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 나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고인이 업무 실수에 대한 개선을 하지 못해 지적 받은 사항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관련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주연 기자 jennypark308@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