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잇는 배드민턴 금메달 도전…엄마 길영아 "내가 뛰고 말지"

▲ 길영아(가운데)와 김원호(왼쪽)-최솔규

어머니의 대를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에 오른 김원호(24·삼성생명)가 그 주인공입니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여자 배드민턴의 레전드인 길영아(53)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입니다.

길 감독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 빛나는 업적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만큼은 금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1994 히로시마 대회에서 여자단체 금메달을 합작한 적이 있지만, 개인전에서는 1990 베이징 대회와 1994 히로시마 대회에서 연속 은메달(여자복식)에 그쳤습니다.

그로부터 29년이 흘러 어느새 장성한 아들이 태극마크를 이어받고 '금빛 스매시'에 나선 것입니다.

김원호-최솔규는 오늘(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양-왕지린(대만)을 2-0(21-12 21-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아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길 감독은 "(결승전이 열리는) 내일 제가 얼마나 긴장되겠어요"라며 "(차라리) 제가 뛰고 말지…"라고 가슴을 졸였습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원호는 "어머니가 현지까지 와주셔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며 "이제 마지막 한 경기 남았으니 어떻게든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결승 상대는 세계 3위 사트윅세라지 란키레디-치라그 셰티(인도)와 5위 에런 치아-소우이익(말레이시아)이 맞붙는 준결승전 승자입니다.

김원호-최솔규는 인도팀에 2패(무승), 말레이시아팀에는 4패(무승)로 밀리지만 최근의 경기력만 유지한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김원호-최솔규는 16강에서 세계 2위 량웨이컹-왕창(중국)을 꺾었고 오늘 경기에서도 일방적인 경기 흐름을 펼쳤습니다.

김원호는 "상대방이 드라이브 게임이 많은 것을 역이용해서 공격권을 많이 가져갔었던 것이 승리 요인인 것 같다"면서 "코트에서 (기회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돌아봤습니다.

파트너 최솔규는 "원호가 성실하게 잘 따라왔기 때문에 결승전까지 올라온 것 같다"면서 "내일도 오늘처럼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정신력으로 임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