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검찰, 박정훈 前해병대수사단장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 기소(종합)

김관용 2023. 10.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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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등 사건 수사결과 발표
"각종 의혹 사실무근 확인, 피의자 지속적 진술 번복"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총괄한 박정훈 전(前) 해병대 수사단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 졌다. 국방부 검찰단이 6일 군형법상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국방부검찰단은 이날 “다수의 관계자와 관련 자료 조사, 압수수색,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전 수사단장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실시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검찰단은 공소사실 중 우선 기록 이첩 보류 명령에 대한 항명 혐의에 대해 “2023년 7월 31일부터 다음날까지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해병상병 순직사건 조사기록 이첩과 관련해 ‘장관님이 귀국할 때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라는 정당한 명령을 수차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장관이 귀국하기 전인 2023년 8월 2일 오전 7시20분께 부하인 A에게 ‘B에게 기록 보내는 것을 출발시켜라,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진다’라고 말하며 기록 이첩을 지시했고 이에 경찰에 조사기록이 전달되게 함으로써 항명”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록 이첩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 혐의에 대해서도 “2023년 8월 2일 오전 10시 51분께 기록이 이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당장 인계를 멈춰’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계 중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만 한 채 이첩 중단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기록이 경상북도경찰청에 전달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장관이 해병상병 순직사건 조사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초급간부들의 처벌 문제는 언급했으나 사단장의 처벌을 언급하거나 의문을 제기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8월 11일 2차례에 걸친 언론 인터뷰에서 해병상병 순직사건 조사에 ‘사단장을 빼라’는 등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장관님이 사단장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냐라고 질문하셨고, 초급간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허위의 사실을 공연(公然)히 적시해 상관인 국방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을 받았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박 전 단장이 ‘명확한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회의 등에 동석한 참고인 등 다수의 관련자와 관련 자료에 대한 수사, 법리 검토를 통해 상관인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기록 이첩 보류와 이첩 중단에 대한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순직 사건 조사 관련 외압은 확인되지 않았고,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건 은폐나 왜곡 지시도 없었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피고인은 ‘국방부장관이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고 지시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면서 “법무관리관은 피고인에게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와 이첩의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범죄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면 혐의사실과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조사기록을 그대로 송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얘기하였을 뿐, 특정인에 대한 사건 은폐·왜곡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지속적으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이첩 중단 명령 관련,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당장 인계를 멈추라는 말을 듣고 중앙수사대장으로 하여금 1광역수사대장에게 전화해 멈추도록 이야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자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외압 의혹 관련, 박 전 단장이 외압의 근거로 제시했던 국방부 차관이 해병대사령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에 박 전 단장은 ‘그런 문자메시지를 누가 사령관님에게 보냈는지는 모른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더불어 ‘문서가 아닌 구두로 하달된 명령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구두명령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을 번복했고, 기존에 ‘군검찰이 혐의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등 불법수사를 했다’고 한 것과 달리 최근 조사에서는 ‘첫 조사 시 군검사가 범죄사실을 읽어 준 것으로 기억하고 본인이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식을 못했던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단장은 ‘기존의 주장들은 사임한 전 변호사에 의한 것이고 본인의 뜻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박 전 단장 측은 지난 8월 28일께 군검찰 출석 후 조사에 불응하면서 ‘외압의 배후를 알 수 있을 만한 녹음 파일을 틀자 군검사가 당황해 수사가 중단됐다’고 했다가, 국방부 입장이 발표되자 ‘박 전 단장이 윗선의 외압을 증명할 결정적 녹취록을 갖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보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고 군 검찰은 설명했다.

국방부검찰단은 “전 수사단장의 항명과 상관명예훼손은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중대한 위법행위라 판단된다”면서 “국방부검찰단은 향후 적극적인 공소유지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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