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마비사태 초래…이재명 방탄 '김명수 체제' 유지 노림수?

최동현 기자 정지형 기자 이비슬 기자 2023. 10. 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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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임명 대법관 권한대행 가능…내년초 법관인사 현 체제로
국힘 "이재명 앞 '재판의 강' 넘기 위한 사법부 무력화 꼼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관 이후 35년 만이다.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정지형 이비슬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 표결 끝에 낙마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35년 만에 현실화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묻지마 부결' 탓에 법원 개혁 과제 달성은 물론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2인의 후임자 임명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도미노 사법 마비'가 불가피해졌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브리핑을 열고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사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 피해자는 국민이고, 이는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석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시켰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만, 대법원장이 공석인 채로 대법원이 운영되는 것은 1993년 김덕주 전 대법원장의 사퇴 이후 30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해 초래될 '4가지 사법부 마비 사태'를 들어 부결을 주도한 야당을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묻지마 부결'을 밀어붙인 탓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불가 △법원 개혁 과제 달성 지연 △대법관 공석 초래 △사법부 수장 공백 등 문제점이 도미노처럼 줄지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법원장 또는 대법관 공석 상태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지 않아 왔던 것이 사법부 관례"라며 "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주재하고 대법관 숫자의 공석이 있는 상태에서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권위를 가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년 1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도래하는데, 후임자 선정을 위해선 3개월 전인 지금부터 '대법관추천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대법관 2명조차 제때 임명하지 못하면 대법원의 기형적인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현행 헌법체계 상 신임 대법관을 제청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통설이다. 이에 따라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도 없다. 대법원장의 부재가 '대법관 공백'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임명하는 절차도 쉽지 않다. 대통령실은 후속 인선에 적게는 한 달 이상,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청문회 공포'가 법조계에 확산한다면 적임자를 찾더라도 당사자가 고사할 가능성도 높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자를 물색, 검증, 지명하고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 표결을 거치는 과정을 고려하면 최선을 다하더라도 수개월의 사법부 공백은 불가피하다"며 "그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한번 부결을 겪었기 때문에 (후임 인선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사법부 4대 마비의 연쇄적인 도미노 사태의 노림수는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방탄을 위한 김명수 사법부 체제 유지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1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퇴임 이후까지 신임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못하게 되면 내년 상반기 법원 인사가 순연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게 되어도 야당이 다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면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대법원장 권한 대행이 인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선임 대법관들이 대법관 권한대행이나 법원행정처장을 맡게 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완성해 놓은 사법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이 야당 주도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사법부 무력화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구속의 강'을 이제 막 건넌 이 대표 앞에 놓인 '재판의 강'을 넘기 위한 사법부 무력화 꼼수라면 민심은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 운운했지만 결국 민주당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원한다고 고백하는 편이 솔직하지 않으냐"고 직격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은 권순일 전 대법관처럼 이재명 대표를 무죄로 만들어 줄 이재명 대표 방탄 대법원장을 원하는 것이냐"며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자신들의 발아래 두려는 반헌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는 보다 보수성향이 강한 인사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후보군 중에서 가장 중도적인 인물을 지명했던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법부를 존중하는 의미였는데, (다른 후보자는) 성향이 더 강한 사람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로 '법원 개혁'이 지연된 점도 고민거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판사들이 주당 판결 3건만 쓰기로 해서 '일하지 않는 법원', '느린 재판'이란 원성이 자자하다"며 "대법원장 대행은 개혁을 주도할 수 없고 현상 유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개혁 달성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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