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부산영화제]"가족으로 받아주는 느낌…여기가 집 같아요"
'코리안 디아스포라' 특별전 기자회견 열려
미국서도 한 자리 모으기 힘든 스타 창작자
한목소리로 "한국 팬 환대에 감동했습니다"
"이젠 백인들이 한국 콘텐츠로 얘기하려 해"
"디아스포라…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느낌"
[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집에 온 것 같아요."
배우 스티븐 연(40)은 부산에 온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환대에 고맙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러면서 "이 환대가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고 했다. 스티븐 연 뿐만 아니라 정이삭(45) 감독, 배우 존 조(51), 저스틴 전(42) 감독 겸 배우 역시 한목소리로 "우리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는 것 같다"며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은 사실 미국에서도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스타다.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로 에미 시상식 유력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힌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린 장본인. 배우 윤여정이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존 조는 미국의 상징적인 SF 영화 시리즈 '스타트렉'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저스틴 전은 연기와 연출을 오가며 모든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애플TV+ '파친코'를 연출했고, 영화 '푸른 호수' '자모자야' 등을 선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열어 이들을 모두 부산에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2년 전 추진됐지만, 이들이 워낙 바쁘게 활동하다 보니 한자리에 모으기 힘들었다. 마침 최근 미국 할리우드에서 미국 배우조합 등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들이 한국에서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업 문제로 배우들은 작품 관련 이야기를 일절 하지 못하지만, 또 파업 덕분에 이분들을 모두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한국계 배우 또는 감독으로서 활동해온 소회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풀어냈다. 전날 저우룬파 기자회견이 유쾌했다면, 이날 행사는 진중했다. 정이삭 감독이 "우린 롤모델이 없었다. 우리 부모들은 영화 관련 일을 한 적이 없고, 우리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 삶의 길을 찾고 개척했다"고 말할 땐 함께 앉은 스티븐 연, 존 조, 저스틴 전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맏형 격인 존 조는 "최근 코리안 아메리칸 혹은 아시안 아메리칸 작가들이 픽션과 논픽션 모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걸 보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미국 예술계에서 그런 활약을 하고 있다는 건 참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이민자로서 외로움을 느꼈다면, 이제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느낄 정도"라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 간 한국 콘텐츠 또는 한국계 미국인 등이 만든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건 이들처럼 현재 업계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그만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고,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그랬으며,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 그랬다. 앞서 언급한 스티븐 연 주연 드라마 '비프'는 에미 시상식 전 부문에서 유력 수상 후보이다. 이 작품은 스티븐 연을 중심으로 한국계 미국인 창작자들이 만들고 쓰고 연출하고 연기한 작품이다. 송강호는 칸에서, 이정재는 에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저스틴 전 감독은 "이제는 백인 동료들이 한국 콘텐츠를 통해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며 "과거 어린 시절엔 주류 사회가 나와 소통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정말 아름다운 시기"라고 했다.
다만 이들은 그들의 활동 혹은 이른바 K-콘텐츠가 한국과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공감을 얻고 소통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국적과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얻는 게 더 큰 목표라는 얘기였다. 이같은 이들의 생각은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단어를 상실과 우울의 이미지로 떠올리는 게 아니라 확장과 연결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하는 데서 드러났다. 스티븐 연은 "이 단어에서 분리돼 있으면서도 연결돼 있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다들 연결돼 있으면서 한 데 묶일 수 있다는 말 같다"고 했다. 이어 "결국 영화가 그런 것이다.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를 이어주고 우리 스스로를 돌보게 해준다"고 말했다. 존 조 역시 "디아스포라라는 말에서 국경이 없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 느낌이 좋다"며 "국수주의 혹은 애국심을 뛰어 넘는 무언가를 느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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