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혼란 빠뜨린 ‘금일=금요일’ ‘사흘=4일’ 보기…100명 중 5명만 정답 맞혔다

김동환 2023. 10.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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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사 캐치의 Z세대 대상 ‘문해력 설문조사’…총 1008명 참여
1년에 책 몇 권 읽느냐는 질문에는…‘1권 이상 3권 미만’이 39%로 가장 많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네스코는 문해력을 ‘다양한 내용의 글을 이해·해석·창작할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한다.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문맹과 다르며, 독서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과 어울려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도 문해력은 향상될 수 있다. ‘사흘’이나 ‘금일(今日)’과 같은 단어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대상 최근 설문조사가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이유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에게는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인공지능(AI) 매칭 채용 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 4~5일 이틀 동안 Z세대 이용자 총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6일 공개한 ‘한글날 특집 문해력 설문조사’에서 ‘사흘’, ‘심심한 사과’, ‘고지식하다’, ‘금일’ 그리고 ‘글피’의 뜻을 모두 맞힌 응답자는 전체의 5% 수준인 53명에 불과했다. 의미가 정확하게 연결된 단어만 모두 골라달라는 주문과 함께 ▲사흘(4일) ▲심심한 사과(매우 깊고 간절한 사과) ▲고지식하다(지식수준이 높다) ▲금일(금요일) ▲글피(모레의 다음 날)가 일부 보기는 틀린 의미가 섞인 채 중복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시됐다.

떠오르는 한자를 대입해 보기를 선택한 것으로 일부 추정되는데, 학생들이 ‘금일을 금요일로 안다’거나 ‘고지식을 높은(高) 지식으로 알고 있다’는 일선 교사들의 전언은 이전에도 여러 번 나왔었다. 단어의 의미를 잘못 알면 교과서를 올바르게 읽지 못할 수 있고, 시험문제도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풀 수 없어 학업성취도 측면까지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와 함께 ‘1년에 책을 몇 권 읽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9%(389명)가 ‘1권 이상 3권 미만’을 택한 점은 영상 등에 밀린 인쇄 매체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이어 ‘3권 이상 5권 미만’이 23%(236명)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16%(163명)로 ‘5권 이상 10권 미만(12%·116명)’과 ‘10권 이상(10%·104명)’보다도 많았다.

평소 가장 많이 즐기는 콘텐츠로는 ‘유튜브와 숏폼 등 영상’이 70%로 가장 많았다. 책·신문·잡지 등 ‘인쇄물’을 즐기는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은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 원인으로 ‘영상 매체 시청 증가(37%)’, ‘독서 부족(33%)’,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의 단순한 언어 사용 증가(23%)’ 등을 지목했다. ‘훑어 읽기·요약읽기 습관’ 답변 비율도 6%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다소 대상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젊은 층의 문해력 하락을 우려하는 설문조사는 그동안 종종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2021년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 대상 설문에서 지목된 학생들의 문해력 하락 원인도 비슷했다. 중복 선택이 가능했던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3%는 ‘유튜브 등 영상 매체 익숙’을 꼽았고 ▲독서에 소홀해서(54.3%)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해서(16.6%) ▲학교에서 어휘 교육을 소홀히 해서(13.9%) 등을 지목했다. 특히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으로 C등급과 D등급에 해당하는 70점대와 60점대를 준 응답자가 전체의 73.0%나 됐다. 90점대인 A등급 비율은 2.1%로 80점대(B등급)와 59점미만(E등급)을 준 15.4%, 9.4%보다 훨씬 낮았다.

앞서 송원숙 고려대학교 정보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2020년에 발표한 ‘청소년의 신문뉴스 활용교육(NIE) 효과 : 뉴스 이용, 뉴스 리터러시, 정치사회적 참여를 중심으로’는 “오늘날 청소년은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 각종 영상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매우 능숙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기성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읽는 방식’보다 ‘보는 방식’에 익숙하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교사·친구들과 단절된 상태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원격 수업으로 청소년들이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 문해력 성장이 저해됐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청소년의 문해력 성장 정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코로나19 이후 청소년의 구두 읽기 유창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학교가 수업을 중단한 시기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탠퍼드대는 미국 22개 주에 있는 100개 학군의 학생을 추적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했던 2020년 봄과 팬데믹 상황이 점차 심화한 2020년 가을 학생들의 구두 읽기 능력을 비교했다.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2020년 봄부터 여름까지 학교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문해력 하락의 우려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16~65세 대상)에서 문해력과 좋은 일자리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갖춘 사람들이 최하위 수준에 비해 평균 시급은 60% 이상, 취업 가능성은 2배 이상 높았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더 건강하고, 신뢰도가 높았으며, 정치에 관심이 많고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활동에 더 자주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난독연구센터장 매리언 울프 교수의 저서 ‘다시, 책으로’에 나온 “문해력 저하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던 경고도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문해력이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의 토대가 되므로 문해력 약화는 개인·특정 집단뿐만 아니라 전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울프 교수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시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수준 높은 읽기를 할 수 없는 이들은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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