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재판·법관인사 올스톱…'식물법원' 전락한 대법원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 한계
전원합의체 사건 줄줄이 밀려
대법판례 기다리는 판결 지연
내년초 대법관 3명 공석 가능성
헌법재판소장 임명도 빨간불
與野 강대강 대치 출구 안보여
◆ 대법원장 낙마 ◆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로 사법부 수장 장기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철상 대법관의 권한이 '현상의 유지, 관리 범위 내'로 제한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법관 인사와 상·하급심 재판이 줄줄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장은 헌법상 대법관 제청, 법관 임명,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3인 지명의 권한을 가진다. 또한 법원조직법상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의 권한, 사법행정사무 총괄과 관계 공무원 지휘·감독 권한, 판사 인사와 업무 관련 허가 권한도 갖고 있다. 사법부를 총괄하는 인사·행정의 정점에 있는 자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경우 대법원장 권한대행하에서는 선고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 소부에서 이견이 있는 상고심에 대해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최종 판단을 하는 제도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전원합의체 사안은 현재 대법관 12명의 찬반 의견이 충돌할 경우 대법원장의 중재하에 13명의 논의 끝에 선고가 이뤄져 왔다. 파급력이 큰 전원합의체 선고를 대행체제에서 진행하는 것, 더구나 한 명이 결원인 상태에서 강행하는 것은 단순히 무리한 정도를 떠나 법리적 문제 발생 소지까지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손해배상청구 소송, 교원소청심사 취소소송을 비롯한 5건의 사건에 대한 선고가 미뤄지게 되고, 전원합의체 심리 대기 사건도 줄줄이 밀려 병목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야 할 사건들과 새로운 법리 등이 나올 수 있어 대법원 판례를 기다리는 하급심 판결들도 영향을 받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 인사 측면에서는 내년 1월 1일에 퇴임하는 안철상 대법관(현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제청이 어려워지게 됐다. 대법관 인선은 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포함해 3개월가량이 소요되는데, 전례 없이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으로서 후임자를 제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대법관 중 3명이 비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내년에는 1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에 이어 8월에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12월에 김상환 대법관까지 퇴임이 예정돼 있다.
내년 1월 안철상 대법관이 퇴임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이 후임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선수 대법관 권한대행 체제 내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전국 3100여 명 법관 정기 인사를 비롯한 각종 행정이 이뤄지는 것을 야당이 바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 권한대행 체제하에서 법관 인사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으로 대법원장 역할까지 맡으면 상대적으로 업무가 과중해져 사건 처리에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안 그래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많은데 큰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더 골치가 아프다"며 "내년 1월에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퇴임이 예정돼 있기도 하고 2월 법관 인사 때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선정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강대강 대치구도 속에 출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통상 한 달 정도 소요되는 인사 검증 후 다른 대법원장 대안을 찾아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올려야 하지만 절반이 넘는 168석 의석을 가진 야당의 동의를 얻는 후보자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법원장 이하 각종 인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다음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의 후임 선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소장도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에서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지난 대법원장은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그렇지 않은 분이 되기를 바랐다"며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중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입법부에서 내 편·네 편 갈라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정치적 판단이 앞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윤 기자 / 최예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앞에선 ‘긴축재정’ 한목소리…뒤에선 식사비 11억 ‘펑펑’ 대통령 직속지구 - 매일경제
- 네덜란드 이어 또 나왔다…포르투갈 미인대회 우승女 충격적 실체 - 매일경제
- 젓가락 안왔으니 환불해달라는 손님…그런데 음식 회수는 싫다고? - 매일경제
- 공기업 직원, 술자리서 여직원 성추행…법원 “정직 마땅” - 매일경제
- 키우던 강아지 백내장걸리자…추석 연휴 택배상자 넣고 버린 男 - 매일경제
- 1인당 2억원씩 자사주 산 두산로보틱스 직원들, 평가차익은 얼마? - 매일경제
- 인분 소변에 이어 또…이번엔 새 아파트 천장서 이것 나왔다 - 매일경제
- “10년간 이웃집 전기료 납부”…계량기 바꿔 단 한전 “당사자끼리 합의” - 매일경제
- “5G망 투자, 이래서 안 했구나”…텅 빈 ‘가짜 6G’ 안 되려면? - 매일경제
- 그 누구도 아닌 김종규이기에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 “대한민국 농구는 지금이 끝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