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고도 안먹히네…'매수 리포트' 오히려 늘어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0.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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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2.9%…매도 0.1% 그쳐
외국계는 매도 비중 10% 넘어
종목 주가전망 신뢰 갉아먹어
당국도 CEO들 불러 시정 요구
'IB사업 잠재고객' 기업 눈치에
매도의견 내놓기 힘든 현실도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종목별 주가 전망 관련 리포트(보고서)에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한 비율이 올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리포트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담당 기업과 벌이는 기업활동(IR) 관계를 중요시하는 증권사 특성상 일선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 4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1만3677개(투자의견 미제시 리포트는 제외) 중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내건 사례가 82.9%인 1만1336개에 달했다.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한 리포트는 701개(5.1%)다. 매도 의견인 리포트는 단 11개(0.1%)에 불과했다. 최근 1년 동안 매도 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국내 증권사들도 적지 않았다.

매수 의견 리포트는 2021년 81.8%, 2022년 82.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5~2010년 매수 의견 비중은 연평균 79.3%로 나타났는데, 최근 들어 더 늘어난 셈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또는 비중축소 의견 비중은 대체로 10%를 넘어선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의 최근 1년간 매도 의견 비중은 각각 16%, 17%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국내외 증권사 27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증권사들의 매수 일색 리포트로 인해 기업 실적이나 주가 전망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주요국 증시가 크게 하락한 지난해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커버리지 중인 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걸었는데,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분석 내용이 좋든 안 좋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이익이 줄어들면 저가 매수를 제안하고 이익이 늘어나면 추격 매수를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만큼 일단 매도 의견이 나오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지난 8월 2일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5.23% 하락했다. 반대로 매수 의견은 넘치다 보니 '호평 리포트'가 시장에 특별한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증권업계 특성상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내걸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한국 역시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증권사들의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IB) 부문 실적에 대해 중요성이 커졌는데, IB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평소 기업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내놓은 리포트는 사실상 해당 증권사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많아 특정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적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부 증권사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리테일 영업을 주문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 전직 애널리스트는 "좋지 않은 내용의 리포트를 작성하면 해당 기업에서 IR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임에도 일부 기업은 IR이나 자금담당자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며 "이때 IR 실무자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각별히 관리하거나 대응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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