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조 "가족처럼 환영받아 감사…한국인 활약엔 보람 느껴"

오보람 2023. 10.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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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스티븐 연 "집에 온 느낌"
정이삭 감독 "미국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인 것 잊지 않아"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존 조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서 배우 존 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0.6 scape@yna.co.kr

(부산=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예전에는 미국 영화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시아 배우가 없었습니다. 최근 예술 분야에서 우리가 이런 활약을 쌓아간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배우 존 조(51)는 6일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이 특별전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 세계와 위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존 조를 비롯해 배우 스티븐 연(40), 정이삭(45) 감독, 저스틴 전(42) 감독이 부산을 찾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존 조는 배우 생활 초기 캐스팅 과정을 언급하며 "'우리가 (매체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 백인인데, 나 같은 얼굴은 어때?'하고 물으며 (제작사와) 대화를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옆에 있는 동료들처럼 훌륭한 분들이 제대로 캐스팅되고 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미국으로 간 그는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알린 1세대 한국계 배우로 꼽힌다. '스타트렉' 시리즈와 '서치', '해롤드와 쿠마' 등이 대표작이다.

스티븐 연은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해낸 그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계 미국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감독·배우가 주목받는 현상이 뿌듯하다고도 했다.

존 조는 어릴 적 이민자로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과거 외로움을 느낀 것이 이미 지난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최근 한국인들의 활약에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이어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이민자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흥미로워한다. 드라마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질문에 답하는 스티븐 연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서 배우 스티븐 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0.6 scape@yna.co.kr

스티븐 연 역시 "요즘 한국 콘텐츠 붐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디아스포라(이민자)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위안받는다"면서 "(반대로)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이 한국인에게도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스티븐 연은 2010∼2017년 좀비 장르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고 2021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4월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미나리'를 연출한 정 감독은 "과거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롤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했다"며 "이것은 한국 영화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는 벤치마킹하거나 (다른 나라 작품을) 따라 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느냐"며 "한국인들의 이런 대담함을 보면서 영감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를 공동 연출했던 저스틴 전 감독은 자신이 이민자에 관한 영화를 만들지만, 이 이야기에는 보편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 간 남자를 그린 '푸른 호수', 하와이로 이주한 인도네시아인에 관한 '자모자야' 등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주로 선보여왔다.

이런 작품이 미국 내 다른 소수자나 이민자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를 준다"는 그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다른 이들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났거나 아예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 감독은 "어릴 적 어머니가 '너는 한국 사람이야'라는 말을 녹음한 테이프를 줬다"면서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나는 한국인이야. 그걸 잊지 마'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물론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가까이 하고 싶지만 멀리 떨어진 세계라는 걸 안다"면서도 "한국에 올 때마다 한강을 바라보면 내 가족(부모님)도 이 강을 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0.6 scape@yna.co.kr

존 조는 "어제 만난 팬들이 마음을 한껏 열어 저를 환대해주고 사랑을 보여줬다. 가족의 한 일원으로 받아주는 느낌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고, 스티븐 연 역시 "마치 집에 온 것 같았다"고 했다.

두 배우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화배우조합 파업 영향으로 미국 콘텐츠에 관한 질문을 받지 않았다.

스티븐 연은 파업에 대해 "예술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서 "공정한 대우와 삶의 이해, 존중, 안전망을 확보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존 조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을 언급하며 "우리의 직업을 인간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로 만들고자 한다"며 "더 좋은 예술작품을 지속해서 내놓으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영화제 찾은 한국계 영화 감독과 배우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을 마치고 배우 존 조(왼쪽부터), 저스틴 전 감독, 배우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6 scape@yna.co.kr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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