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한국인의 3대 강점
민첩성이 변화에 대응하게 해
목소리 내는 것 두려워 않지만
대화보단 갈등 치닫기 일쑤
존중하고 타협해야 진짜 강점
사람은 의외로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자기를 잘 아는 다른 누군가가 얘기해주는 자신의 장점이 객관성을 가질 때도 많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았던 일본인 교수 한 분을 만났다. 한국에 관해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겠다 싶어, 한국인이 가진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우리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장점 세 가지를 답변으로 얘기해주었다. 한국에만 있고 일본에는 없다는 점에서, 일본과 대조적인 우리만의 장점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거 같아 소개해본다.
첫째는 냄비 기질 또는 열정을 꼽았다. 확 달아올랐다 빨리 꺼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뜨겁게 되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는 미지근한 상태가 계속된다고 한다.
둘째로 민첩성을 들었다. 한국 사람은 행동해야 할 때는 정말 빠르다고 한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 한국인이 가진 민첩성과 순발력은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소개한 한국인의 장점이 독특했다.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한 특성이다. 한국 사람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때 몹시 조심스러워하고 절제하는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충돌하는 상황을 여기저기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충돌이 빈번하다. 일반 시민 간에도 특정 사안을 둘러싼 의견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갈등공화국, 혐오공화국이라 부르기조차 한다.
서로 다른 의견과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는 좋다. 다양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의견과 가치관이 다르다고 대립과 충돌, 극단과 파국으로 치달리는 것이 문제다.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신과 다르거나 반대의 생각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대화를 통해 더 나은 제3의 방향성과 결론을 모색하는 데 서투르다.
어려서부터 이런 것을 배우고 훈련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10여 년에 걸친 학교 교육을 통해 오직 정답과 오답만을 가리는 데 익숙해져 있어 커서도 흑백논리에 치우치기 쉽다. 이제는 이런 양극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화와 공론화, 협상과 타협을 습관화해야 한다.
서로 의견과 가치관이 다르고 그래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불가피한 사회현상이다.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지 더 나쁜 사회가 될지는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행동에 달려 있다. 서로 다른 의견만 있고 대화와 타협이 없으면 갈등과 대립만 계속될 뿐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할 때 대립과 갈등은 줄어든다.
우리는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다. 자신의 목소리만 주장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는 무시한다.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다름을 존중하는 자세로 끈질기게 대화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함께 찾는 것이다. 그럴 때 그 일본인 교수가 얘기한 한국인의 제3의 강점인 '서로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강점이 될 것이다.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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