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에 난립한 플라스틱…표준화하면 '車 부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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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배달음식 이용자 1명이 연간 사용하는 배달용 플라스틱의 양이다. 무게는 10.8kg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이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은 '자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플라스틱 용기들이 한 종류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배달 용기들의 모양은 비슷해도 재질은 각기 다르다. PP(폴리프로필렌)가 60.7%로 가장 많았고, 비닐 13.1%, PET(페트) 9.5%, PS(폴리스티렌) 8.8%였다.
각 용기마다 검은색, 흰색, 투명 등 천차만별로 다른 색깔도 재활용의 허들이다. 소재 함량이 차이나는 것 역시 순환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PP를 예로 들면 각기 다른 PP 함량의 플라스틱 배달용기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함량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종류별로 따로 모아야 재활용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종류마다 성질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녹는점만 봐도 PP는 160°C, 페트는 260°C 수준으로 크게 차이난다. 반투명 PP 위에 비닐을 씌운 용기처럼, 다른 성질의 플라스틱들이 조금씩이라도 섞인다면 재활용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오랜 고민거리다. SK지오센트릭은 올해 초 미국의 화학적 재활용 기업인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측과 설비 조정 및 기술 협의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문제를 두고 두 기업 사이에 의견 조율이 있었다. 다양한 소재의 플라스틱들이 뒤섞여있어서, 재활용 과정에서 소재의 순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비 최적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꾸준히 나온 이유다. 각 용도별로 소재·색깔·모양 등을 통일할 수 있다면 보다 균질한 폐플라스틱을 확보할 수 있고, 재활용율도 높일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6일 플라스틱 배달용기 표준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용기의 화학적 재활용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두 회사는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PP 함량이 높은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개발, 유통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사용한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수거 및 업사이클하는 방안을 고려한 시범사업을 펼쳐 가기로 했다.
두 회사는 고순도 PP로 만든 배달 용기를 쓰는 소상공인들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배달 용기들이 고순도 PP로 통일된다면, 그것들을 모아 재활용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렇게 확보한 고순도 PP를 통해 자동차용 내외장 부품, 가전 제품용 소재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나간다는 방침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연내 울산 남구에 착공할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에 고순도 PP 추출 기술을 갖춘 공장을 세우고 있다. 고순도 PP 추출 기술은 버려진 플라스틱에 묻어 있는 오염물질을 제외하고 플라스틱의 주 성분인 순수한 PP만 뽑아낼 수 있다. 석유화학 기반의 PP 신제품과 같은 물질성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그간 재활용이 어려웠던 배달용기를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키는 순환경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며 "플라스틱의 고부가 재활용 및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에 선도적으로 나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이를 널리 확산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친환경 기술을 바탕으로 배달 용기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보다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뿐 아니라 다회용기 보급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 배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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