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플라스틱 저감’ 효과 미미…감축 정책과 병행해야”
세종·제주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컵의 회수·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플라스틱 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회용품 발생량을 줄이려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플라스틱 순환경제 전문가 포럼’은 6일 서울 중구에서 포럼을 열고 작년 12월 시행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책의 효과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테이크 아웃하는 음료에 대해 고객에게 300원의 컵 보증금을 물리고, 반납하면 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이후 보증금 대상 일회용컵 회수량은 증가했지만 일회용컵 소비량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소비억제’보다는 ‘회수·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순환 정책상 가장 하단에 있는 재활용·재사용 정책”이라며 “일회용컵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일회용컵 사용금지 및 제한, 무상제공금지, 다회용컵 사용 확대 지원 등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일회용컵 사용량 억제를 위한 장기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8년 기준 연간 294억개로 집계됐다. 이중 카페 등에서 쓰는 종이컵·플라스틱 컵은 85억개로 추산된다. 보증금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회수 대상이 되는 컵은 약 18억개 수준으로 더 줄어든다. 재활용 목적이 큰 플라스틱 컵만 추리면 숫자는 더 작아진다.
문제는 보증금제가 실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저감’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저감의 핵심은 ‘안 쓰는 것’이다. 그런데 보증금제는 저품질 플라스틱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라 일회용품 사용량 자체를 줄이진 못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적된 내용도 이 부분이었다.
보증금제 시행과 관련된 자원재활용법이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매장수 100개 이상인 가맹사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배달 음식 등 일회용 플라스틱 발생량이 많은 업종은 정작 손을 대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밖에 미적용매장과의 형평성 문제,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결국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영세 업체라 보증금이 추가되면 음료 금액 자체가 높아진 효과가 생겨 저가 커피 판매점에 불리하다는 점, 번거로운 컵 반납 절차를 강제로 밟아야 하는 소비자 불만 등 법 시행 이전 면밀히 고려되지 않은 사항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환경연구원 이소라 연구위원은 “무상제공 금지, 공공기관 사용불가 등 (일회용품) 퇴출이 우선돼야 하고 보증금제 전국시행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본다”며 “보증금제 인프라와 여건 갖춘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공주대 오세천 교수는 “오늘 포럼에서 나온 여러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방향을 설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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