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면] 공자는 왜 주나라에 꽂혔을까
주나라 등장으로 국가 안정
'인본주의 세계관' 바로 세워
공자는 춘추전국시대 혼란기
새로운 '주나라'를 기다린 것
다양한 중국 고전을 출판해오면서 늘 궁금했던 게 있었다. 왜 공자는 그토록 주나라를 부르짖었을까. 입만 열면 주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공자는 주나라의 체제를 완성한 주공(周公)을 누구보다 그리워했다. 주나라를 문명국가의 이상향으로 여기며 주나라의 복장을 차려입고 그 예절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 그토록 현실주의자였던 공자가 도대체 왜 주나라 상고주의를 평생 견지하며 살았을까.
주나라는 하(夏)·상(商)·주(周) 삼대의 고대국가로 역사 이전의 나라다. 공식적으로 중국의 첫 역사서인 '춘추(春秋)'는 기원전 6세기에 공자가 지었으니 기원전 11세기에 등장한 주나라는 5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까마득한 나라다. 상식적으로 이런 고대국가에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얼마나 갖춰졌을까 싶다. 주나라는 혹시 지나치게 미화된 건 아닐까. 전국시대로 넘어가던 당시 무도한 자들이 판치는 상황에서 하나의 이상향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역사는 아닐까. 늘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주나라는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역성혁명의 국가다. 신하가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는 걸 역성혁명이라 한다. 상나라의 마지막 주왕(紂王)은 폭군이었다. '술로 못을 채우고 나무에 고기를 걸었다'는 주지육림의 고사를 만들어낸 이다. 주왕은 신하의 결백을 확인하겠다며 심장을 꺼내서 본다든지, 불구덩이 위에 구리 기둥을 걸쳐놓고 걸어가게 하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 당시 상나라 주변엔 작은 나라들, 이른바 분봉을 받은 방국이 많았다. 이 잔챙이들을 상나라는 또 어지간히 괴롭혔던 것 같다. 어느 날 방국들의 대장이던 주나라 무왕은 못 살겠다 바꿔보자며 군사를 일으켰고 목야의 전투에서 상나라 군대를 꺾었다. 상나라 주왕은 자살했다.
주나라는 이후 상나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종법 질서와 봉건제를 실시하고, 신분제도와 관련된 예제를 만들어 국가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상에서 주로의 변화가 왕조에서 왕조로의 변화를 넘어서는 문명적 차원의 전환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카니발리즘과 관련이 있다.
상나라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겼던 듯하다. 20세기 초반 상나라의 수도였던 은허(殷墟)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다량으로 출토된 갑골문만이 아니었다. 그 무덤들 내부에선 다양한 인신 공양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청동기에 담긴 뼈 등 사람을 먹었던 흔적들, 무덤을 3층으로 만들어 살아 있는 사람을 꽉 채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모든 고고학적 증거를 종합해보면 상나라는 인간을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으로, 지배층에 봉사하는 노예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이 망국의 카니발리즘을 그 극단에서 멈춰 세운 게 주나라다. 주나라는 인간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인본주의 세계관을 세웠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되어 80만부를 넘기며 화제를 모은 책이 있다. '전상(剪商)', 즉 "상나라를 베다"라는 극적인 제목이다. 이 책은 하·상·주 고대 유적의 고고학 성과를 기반으로 상주 교체기의 역사와 의미를 다시 쓴 책으로, 상나라의 잔인한 실체를 폭로했다. 잘 훈련된 고고학 전문가인 저자는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상나라를 멸하고 주나라가 등장했던 게 인류에겐 얼마나 다행이었던 일이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공자는 왜 주나라를 그리워했을까. 공자 시대엔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면서 권력자들의 횡포와 나라 간의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수없이 많은 군주를 만나보았지만 공자의 말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예절이 땅에 떨어졌고 부자가 모두 전쟁터에 끌려가서 대를 잇지 못하는 일도 허다했다. 수도를 낙읍으로 옮겨 동주(東周)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주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를테면 공자는 새로운 주나라가 나타나길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전국시대를 종식시킨 건 분서갱유의 잔인한 법가의 나라, 상나라의 업데이트 버전인 진(秦)나라였다. 진나라의 등장을 예감한 공자의 '주나라 앓이'엔 비극의 정서가 가득했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확률 높이면 1등 되려나…로또 1000만원어치 산 유명 유튜버, 결과는? - 매일경제
- “우리 아이가 그랜저 사줬어요”…‘부부육아휴직’ 최대3900만원 - 매일경제
- [속보] 이균용 임명동의안 부결…민주화 이후 첫 사례 - 매일경제
- “편의점서 100만개 팔렸다”...건강 스낵 뭐길래 - 매일경제
- “고급차만 판다더니 왜 이래?”...루시드 연이은 배신에 뿔났다 - 매일경제
- 미친 물가 누가 끌어올렸나…“하늘도 무심하시지 ‘이것’ 때문이네” - 매일경제
- [속보] 한국 야구,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대만에 설욕전 - 매일경제
- "휴대폰 놓고 가라" 특명 떨어진 재계 중국 출장 포비아 - 매일경제
- “아무것도 안입었다”…10대女 알몸 자전거 타기 논란에 美 ‘발칵’ - 매일경제
- 류현진과 토론토,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동행 [MK초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