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후배 꺾고 동메달 딴 주짓수 박정혜, 차마 웃지 못했다

동메달 놓고 겨룬 주짓수 박정혜-임언주, 경기 후 축하와 위로

(항저우=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주짓수 국가대표 박정혜(31)는 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짓수 여자 52㎏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밝게 웃지 못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꺾은 상대가 대표팀 후배 임언주(27)였기 때문이다.

박정혜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임언주는 준결승에서 패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고 두 선수는 양보 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렀다.

두 선수는 서로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정혜는 그라운드 기술로, 임언주는 힘으로 맞섰다.

승부는 경기 종료 직전에 갈렸다. 박정혜가 2점을 얻으면서 2-0으로 승리했다.

임언주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박정혜에게 다가갔고, 박정혜는 후배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격려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나란히 들어온 두 선수의 표정에선 누가 승자인지, 누가 패자인지 알 수 없었다.

박정혜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는지 웃음을 띠지 않았고, 임언주도 눈물을 흘리거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박정혜는 "(임)언주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라며 "그동안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내부 평가전에선 내가 계속 패해서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언주는 분석 능력이 좋고 똑똑한 선수"라며 "균형 감각까지 좋아서 가드를 풀기 어려운 상대인데, 내가 운 좋게 승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언주는 "결과는 아쉽지만 이미 지나간 경기"라며 "앞으로 더 좋은 기회와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경기 전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했고, 이를 지켰으니 만족한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 요청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란히 서서 '손하트'를 그렸다.

그제야 두 선수는 활짝 웃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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