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사법공백' 장기화 위기… 與"의회 테러" vs 野 "불통 인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회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35년 만이고, 대법원장의 장기 공백 사태는 1993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만장일치 당론으로 임명동의안 부결을 이끌어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고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5명 중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298명) 중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날 표결은 여야 합의에 따라 전자식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사법부가 수장인 대법원장 없이 장기간 운영되는 것은 지난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 부결의 경우) 홍익표 원내대표가 최종적으로 최고위원회와 협의해 의원총회에서 제안했고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줬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부결 방침을 밝혔다.
부결 직후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법원장은 사사로운 '친구 찾기'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두 번째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부결은) 윤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며 "국회는 도덕성과 능력 모든 점에서 부적격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요청에 '부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불법 비호 범죄자 은폐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조직적 사법방해가 급기야 사법 마비, 헌정 불능 사태로 폭주했다"며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개인적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의회 테러 수준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국민들은 국회의원 절반이 넘는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 국민이 아닌 범죄 피의자 대표를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가로막은 모습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끝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주당의)의회 폭정을 막고 국민 편에서 민생을 지키기 위한 모든 당력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통령실도 임명동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유감'을 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반듯하고 실력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 피해자는 국민이고 따라서 이는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함에 따라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절차부터 다시 돌입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사법부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적임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는 주요 사건의 최종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진행이 어렵다. 관련 재판들의 최종 판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내년 1월1일 퇴임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에 대한 후임 제청 절차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러한 사법공백 우려에 대해 민주당은 안철상 대법권 대행체제가 부적절한 인사가 대법원장이 되는 것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권한대행이 재판하는 것보다 잘못된 인사, 부적절한 인사가 대법원장이 되어서 사법부를 이끄는 것이 사법부에는 더욱 큰 악재"라며 "부결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날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청문회 준비팀 사무실로 사용한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훌륭한 분이 오셔서 사법부가 안정을 찾길 바란다"며 "빨리 사법부가 안정을 찾아야 국민들이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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