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뮤즈서 밴드 '이날치' 소리꾼 됐죠"
14살때 박감독 단편 주연맡아
서울대 국악과서 판소리 전공
'범내려온다'로 세계 강타한
이날치 새보컬로 연초에 합류
"판소리·밴드음악 모두에서
대체불가능한 음악인 될 것"
"무대에 나갔을 때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주인공이 옷장 문을 통해 환상의 세계로 간 장면 같은 느낌이었죠."
얼터너티브 밴드 이날치의 보컬리스트 전효정 씨(25)가 지난 3월 생애 첫 음악 페스티벌 공연이었던 홍콩의 클로켄플랩 무대에 올랐던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소리꾼으로 판소리 무대에 섰던 경험과 밴드 뮤지션으로서 음악 페스티벌에 참여한 경험이 그만큼 달랐다는 뜻이다.
전씨는 올해 2월 이날치의 새 보컬로 합류했다. 영화음악감독 장영규, 드러머 이철희 등이 2019년 결성한 이날치는 '범 내려온다'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등 판소리를 밴드 음악으로 재해석한 곡들을 발표하며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모던록 노래 등을 수상한 실력파 밴드다. 덴마크 로스킬레 페스티벌, 독일 퓨전 페스티벌 등 세계적 음악 축제에 참여하고 유럽 순회 공연을 하는 등 해외 팬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아홉 살 때부터 판소리를 한 전씨는 국립국악고,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정통 소리꾼이다. 외할머니가 흥얼거리던 민요를 전씨가 따라 부르는 모습을 눈여겨본 모친이 전문가들을 찾아갔고 전씨의 목소리를 들은 곽태천 영남대 국악과 명예교수의 조언에 따라 판소리를 시작했다. 전씨는 "제가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는 것을 본 어머니가 수소문을 해 현재도 가르침을 받고 있는 유미리 선생님(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악장)을 만나게 해주셨다"며 "당시 살던 충남 당진에서 선생님이 계신 서울까지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판소리를 하던 전씨가 밴드 음악을 시작한 것은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활동 범위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단단히 연마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음악적 기량을 쌓겠다는 각오다. 전씨는 이날치에 들어오기 전에도 창극과 뮤지컬을 결합한 창작극 '적벽' 등 정통 국악에서 벗어난 공연에 섰다. 전씨는 "판소리는 저의 뿌리이고 평생 걸어야 할 길이지만 저의 자아 속에 소리꾼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음악인으로서 내실을 다질 방향을 고민하던 중 평소에 팬이던 이날치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열네 살이던 2012년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청출어람'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당시 협연한 송강호 배우는 "표현력과 집중력이 놀라웠다"며 극찬을 보냈다. 전씨는 지난해 공개된 박 감독의 또 다른 단편 '일장춘몽'에도 유해진 배우와 함께 출연했다. 전씨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삶에 대해 진중한 태도를 가지면 노래든 연기든 그 깊이가 두꺼워진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진국 같은 사람이 돼 언젠가 다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치에서 지난 7개월간 수십 회의 공연을 하며 적응 기간을 보낸 전씨는 선배 멤버 안이호, 권송희 씨처럼 소리꾼으로서 판소리 기량을 쌓는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판소리는 이날치 음악의 중요한 요소이고 소리꾼으로서 역량이 뛰어나야 전통음악과 현대음악 모두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판소리도 어쭙잖게 하면서 다른 장르를 하려 하는 것은 두 문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본기를 충실히 쌓아 판소리에서도 밴드 음악에서도 대체될 수 없는 음악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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