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게 아낌없는 애플…성장으로 보답하는 아마존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10. 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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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이냐 성장이냐 … 한미 빅테크 톱10 비교

애플은 최근 1년 순이익의 90%를 주주환원에 쓰며 '아낌없이 주는 사과나무'라는 것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 애플처럼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쓰는 돈이 순익의 50%가 넘어 '환원왕'에 속하는 빅테크로는 메타 구글 엔비디아 등이 손꼽힌다. 반면 당장 주주에게 과실을 주지는 않지만 미래 이익의 크기를 한층 더 키워 주주들에 대한 보상을 늘려주는 기업들도 있다. 이처럼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 달라'는 빅테크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네이버 테슬라 아마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주주환원율은 낮지만 설비투자용 자산 비율이 높아 미래 성장성이 크다. 애플부터 삼성전자까지 빅테크들은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가상세계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이들은 각자의 전략이 상이해 투자자 역시 다른 철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꾸준한 현금배당과 위기 시 주가가 덜 빠지는 안정 성향의 투자자라면 애플 등 '주주환원왕' 비중을 확대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배당수익률이 애플보다 높아 배당주처럼 보이지만 자사주 매입이 없으므로 주주환원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많은 설비투자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이익을 노리기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자에게 더 적합한 주식이란 뜻이다.

기업의 특성은 두 가지 재무 투자지표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하나는 주주환원율이고 나머지는 유형자산비율이다. 애플은 주주환원율이, 삼성전자는 유형자산비율이 높다. 주주환원율은 주주환원 금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에게 진심인 기업이란 뜻이다. 환원금액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을 포함한다.

애플은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최근 1년 배당금이 147억4100만달러다. 같은 기간 순이익(947억6000만달러)의 15.6%다. 이는 배당성향과도 같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8.1%로, 배당만 따지고 보면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낫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의 결정적 차이는 자사주 매입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기본 유통주식 수는 1년 전과 똑같은 59억6900만주다.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이 없다는 의미다. 애플은 1년 새 주식 수를 2.78%나 줄였다. 연간 2~3%씩 자사주를 사고 있다. 자사주 매입액은 2022년 6월 말과 2023년 6월 말의 중간값 주가를 줄어든 주식 수와 곱해서 계산했다.

애플의 자사주 매입액은 744억8600만달러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구글과 메타가 자사주를 매입한 총액과 엇비슷할 정도로 많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6월 말 기준 최근 1년 새 배당과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에 121조3000억원(4일 환율 적용)을 사용했다. 이는 애플 순이익의 94.2%에 해당되며 빅테크 10곳 중 주주환원율 1위 기록이다.

시가총액 기준 국내외 빅테크 '톱10'으로는 미국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A)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7곳이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온라인 플랫폼 국내 최강자 네이버가 들어간다.

주주환원과 미래 성장의 양대 축인 애플과 삼성전자를 구분짓는 또 다른 재무지표는 유형자산비율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토지나 공장 등 유형자산을 자산총계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는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순유형자산을 적용했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유형자산비율은 39.7%인 데 반해 애플은 13%에 그친다. 삼성은 성장을 위해 반도체나 스마트폰 생산에 설비투자 자산이 많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캐나다 AI 반도체 기업 '텐스토렌트'의 첨단 AI 반도체를 미국 공장에서 위탁생산(파운드리)할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회사 '그로크'에 이어 올 들어서만 두 번째 AI 반도체 고객을 잡았다. 이런 고객들에게 대규모 수주를 받으려면 이미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성장주의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애플은 아이폰 '발열 문제'를 또 다른 파운드리 업체 TSMC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발열 이슈는 아이폰 사용 후 본체가 뜨거워지면서 성능이 일순간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삼성에는 기회다. TSMC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증명되면 이 반도체 물량을 삼성이 뺏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처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유형자산비율은 56.9%다.

클라우드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동시 투자를 진행 중인 아마존 역시 이 비율이 50%를 넘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주환원율과 높은 유형자산비율을 통해 애플과 확연하게 다른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이런 설비투자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그 돈을 대부분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애플에 이어 주주환원율 2위는 메타(84.7%)다. 최근 1년 배당금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이다. 실제 빅테크 10곳 중 최근 1년 새 주식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 메타(-4.6%)다. 올 들어 2일까지 메타의 주가는 146%나 올랐는데 이처럼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린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분야 투자 감축과 구조조정, AI 분야로 신사업 방향을 튼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왓츠앱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을 운영 중이며 안정적인 광고수입으로 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신사업만 잘하면 됐는데 사명을 바꿀 정도로 진심이었던 가상현실 사업 분야가 아직까지 저조하다. 소비자들은 아무리 가상세계 체험이 재밌어도 머리에 무거운 기기를 뒤집어 쓸 정도로 진심이진 않았다. 지난 2분기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가상현실 사업부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한 2억7600만달러에 그쳤다. 적자폭은 23%나 늘었다.

적자가 쌓이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관련 인원을 대거 구조조정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주도하는 AI 부서를 만들어 투자를 이곳에 집중하고 있다.

월가에서 메타가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실적 대비 주가가 가장 싸다는 것이다. 메타의 올 연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2.18배로 빅테크 10곳 가운데 가장 낮다.

이 중 엔비디아가 '제2의 애플'로 월가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각종 재무지표가 의외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주환원율은 64.3%이고, 유형자산비율은 애플보다 낮은 10.2%다. 반도체 설계에 특화돼 있는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몸집이 가볍다. 특히 월가에서는 올 들어 급가속 중인 AI 모델 개발 속도를 따라가며 공급할 기업은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업체 엔비디아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1월 결산법인인 엔비디아는 작년 7월과 올 7월의 유통주식 수와 순이익을 적용했다.

주식 수는 1년 사이 0.8% 감소했다. 배당도 1년 새 4억달러 가까이 지급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 들어 3배 이상 오르며 배당수익률은 2일 기준 0.04%에 그친다.

주주환원을 미루고 최근 1년간 주주에게 손을 벌린 빅테크는 아마존과 테슬라다. 아마존과 테슬라 주식 수는 1년간 각각 1.28%, 1.63% 증가했다. 두 곳은 배당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에 따른 자본차익 이외에 주주 몫이 없었다. 네이버의 주식 수 역시 1년 새 0.4%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주식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주주환원의 마이너스 요소다. 그 대신 네이버는 당분간 성장에 집중하며 미래에 주주환원 강화라는 '절충안'을 모색 중이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설비투자 부담이 작은 네이버는 유형자산비율이 9.5%에 불과해 향후 주주환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환원율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 등 주주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이 비율이 높을수록 주주환원에 진심이어서 투자금이 몰린다. 미국 빅테크 중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모두 실행하는 상장사가 많은 반면 국내 상장사는 주로 현금 배당에 치중한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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