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거대양당 밖 30석…총선 복안 있다”
없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던 10월 2일, 인터뷰를 위해 새로운선택 공보팀에서 찍어준 주소를 들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찾아갔다. 포털지도에서 검색해보니 금태섭 변호사 법률사무소 주소로 나온다. 근처에 가면 간판이라도 눈에 띌 듯싶었는데 아무것도 내걸린 게 없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잘못 찾은 건 아니었다. 벨을 누르니 김민정 공보팀장이 문을 열어준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가 반갑게 맞는다.
-오늘 인터뷰는 왜 여기서 하는 겁니까.
“아… 여기는 그냥 제 개인 사무실인데 변호사 사무실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의도에 새로 당사를 마련하기는 했는데(중앙선관위에 신고된 새로운선택의 당사는 여의도 국회 앞 ‘극동VIP빌딩’에 있다) 거기는 연휴기간에 공사를 해서 화장실을 못 써요. 당사라고 하지만 대표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거기서 인터뷰하면 다른 분들 일하는데 불편할 수도 있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용산에 출마할 생각도 있습니까.
“‘용산에서는 죽어도 출마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사무실이 여기 있는 것과 용산 출마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러면 왜 여기에 변호사 사무실을 잡았나요.
“원래는 서울 시내에 잡으려 찾아다녔습니다. 적당한 데가 없어서 여기저기 찾다가 우연히 한남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동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 부동산에서 찾아 들어온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사무실에 들어온 지 3년 반이 넘어가는데 그때만 해도 저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오기 이전에 결정한 거네요.
“2020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고 조금 더 있다가 민주당을 탈당할 때,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는 제 머릿속에도 안 떠올랐는데 무슨 지역구 고르고 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에 또 권영세 의원(편집자 주: 최근 통일부 장관을 그만둔 권영세 의원의 지역구가 용산구다)과 가까운 분들이 저에게 연락해 ‘혹시 여기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 해서 ‘전혀 그런 것 아니니 걱정말라’고 했고, 전혀 활동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요. 보통 지역구 출마하는 변호사 같은 분들은 밖에다 자기 이름이라도 크게 써놓는다 말입니다. 아까 이곳에 도착해보니 간판도 없어요. 정말 본인을 알리려는 의지가 없는 건가 이런 생각이….
“아, 그건 아니고 진짜로 우리는 신생정당이고, 제가 대표니까 제일 어려운 데 나가야 하는데 여기서 그런 것을 조금이라도 하면 다들 여기서 출마하려나보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용산도 이제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네. 그러니까 용산도 좋은데 저는 아직 안 정한 거죠.”
-알겠습니다. 창당 발기인대회를 9월 19일 가졌고, 12월 중순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날 SNS를 통해 공개한 당일 축사를 한 분들, 그리고 앞에 나와 발언한 분들을 보면 배훈천·김신욱·신미정은 대표발기인이고, 나중에 발기 취지를 설명한 한지원 정책팀장이나 정호희 집행위원장 정도가 외부에 알려진 분입니다. 편의점주 봉달호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곽대중 대변인이나 홍보를 맡은 이창원, 이분은 예전에 한메소프트 대표를 지냈던 그 이창원씨가 맞죠.
“네. 맞습니다.”
-이분들 정도가 외부에 알려진 분들인데, SNS를 보니 옥지원인가 국민의힘에 있다가 새로운선택에 들어왔다는 분이 있던데요. 예전에 곽대중 대변인과 통화할 때도 여야에서 각각 청년정치인이 많이 넘어와 있다는 말씀을 하던데,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결국 이런 분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게 되는 겁니까.
“지금 말씀하신 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요. 정호희 집행위원장은 지금 사무총장을 맡기로 돼 있는데, 그분은 진보 쪽 노동계에서 오래 활동한 분입니다. 민주노총 대변인을 했고, 아마 최장기간이지 않았나 싶은데 한지원 팀장을 비롯해 진보 쪽에서 온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른바 조국 사태 때 큰 충격을 받고, 그 이후 몇 년간 곰곰이 생각했을 때 ‘이제 진보·보수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보는 건 낡았다, 그리고 지금 정치가 이렇게 가선 안 된다’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쪽에서 온 분들이 맨 처음 저한테 이야기한 거예요. 이걸(제3신당) 해보자. 그리고 곽대중 대변인 같은 경우는….”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이죠.
“책 쓰고 또 편의점을 운영하는 분인데 그냥 우리끼리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정호희 위원장이 그랬던 듯한데, ‘이 사람 괜찮으니까 한번 이야기해보자’고 해서 찾아간 거예요. 그후 몇 번 만나 회의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분이 대변인을 하면 제일 잘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중심이 돼서 임명하거나 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옥지원씨를 비롯해 기존 젊은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기존 정당 내의 권위적 질서에 실망한 분이 많아요.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모두 지난 총선에서 초선이 된 분들을 보면 정말로 말 잘 듣거나 아니면 아예 생각 자체가 강성지지층과 일치되는 사람들만 하니까 젊은 분들이 뜻을 펼 수 없는 거예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능력이 뛰어난 분도 많은데 거기서는 뜻을 펼 수 없는 반면, 여기서는 가능하겠다 싶어 온 분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과거 반문·반윤 입장이었다는 것이 공통적일 듯하고, 진보의 경우 반이재명 성향이 강한 분들로 묶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반이재명이라… 이재명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인데, 정말로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했죠, 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이제는 정말로 통합의 정치를 해보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실망한 겁니다. 왜냐면 촛불집회 때 민주당 대표나 대선주자들이 앞에 나가서 한 번도 연설을 못 했지만, 어쨌든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인원 1700만명이 광장에 나왔을 때 이분들이 다 민주당만 지지한 분들이 아니고 보수 쪽에서도 촛불을 들었어요. 결국은 정말 정치가 바뀌고 통합해 나가야 한다고 약속했는데, 취임하고 180도 달라졌거든요. 저쪽 당(국민의힘) 지지하는 사람들은 친일파, 기득권 이런 식으로 딱지 붙여놓고 갈라놓기를 시작하는데 거기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바뀌어 윤석열 정부가 그걸 고치냐 하면 그냥 방향만 바꿔서 똑같은 거 하잖아요. 그게 싫은 거지 이재명 개인에 대해 ‘반명’을 하거나 윤석열 개인에 대해 ‘반윤’이거나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실은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포함해 내년 총선은 지난 대선과 지선에 이어 윤석열과 이재명이 또다시 격돌하는 총선이 될 거다, 이렇게 예측하는 분이 많습니다.
“글쎄요. 민주당에서 반명이라고 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이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재명을 몰아내고 친문이 다시 한 번 차지하자는 분들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런 것을 바꾸자는 것이지 이재명을 몰아내자는 건 아니거든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여당에서 대통령만 유일하게 자기 생각대로 말씀하시는 이런 리더십, 그걸 바꾸자는 것이지 윤석열 개인, 이재명 개인에 대한 반대는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새로운선택 창당발기인 대회를 하던 날(9월 19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해 말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왜 하필이면 그날이었을까, 조 의원은 합당의 변(辯)에서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의 자리는 없다’고 말했는데,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선택처럼 기존 여야 바깥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정의당의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대표도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는데 그를 의식해 새로운선택 측과 막후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닌가, 그런 정가의 관측이 있었어요.
“일단 우리 쪽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조정훈 의원은 이런 말을 들으면 화를 낼 것 같긴 합니다. 조 의원과 같은 정치인 개인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야 제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것은 없는데 항상 좀 아쉬운 것은 어쨌든 당대표이고 당이라는 것이 대표의 어떤 소유물이 아닌데 개인으로 선택해 탈당하고 간다면야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말 당을 그런 식으로 흡수하게 하는 것이 맞냐, 그것에 대해서 저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신당을 하다 보면 참 힘든 게 과거에 신당을 만든 사람들이 잘못한 것 때문에 유권자들이 신뢰가 없어요. 그러니까 조정훈 의원도 당을 만들 때는 그렇게 이야기 안 했는데 순식간에 저렇게 해버렸어요. 보수든 진보든 정치인으로서 길을 걷다 보면 어떤 규칙과 윤리가 있는데 그것을 너무 쉽게 저버리는 게 아닌가, 당을 만들었는데 다른 데를 가려면 적어도 밟아야 할 절차가 있는데 하루아침에 그냥 개인 결심으로 가는 것, 이런 것은 안 맞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선택과 같은 제3지대 신당이 30석을 확보할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여러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인 인물을 염두에 두고 한 말씀입니까, 아니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교섭단체로 국회의원 정수 300석의 10%, 그러니까 30석, 이런 식으로 계산한 겁니까.
“인물, 그러니까 선거전략은 그렇게 무슨 추상적으로 되는 게 아니고, 수도권에서 나갈 그만한 사람도 확보돼야 하고 저희가 생각하기에 설득력이 있는 정책도 있어야 하고 그런 건 다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게 다 시기가 있어요. 저희는 연말에 당을 만든 다음에 이게 가능합니다. 정치권에서야 내년 총선 이야기를 하지만 일반 시민은 별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당을 만들려면 정상적으로 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난 4월에 신당 이야기를 처음 꺼냈습니다.”
-그러니까 인물을 고려한다면 주축은 정치신인이 된다는 겁니까. 아니면 어떤 정당의 기존 인물이 탈당하고 이쪽으로 오면 그 사람들도 받겠다는 말씀일까요.
“저희는 참신한 인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치 경험이 있는 분들이야말로 진짜로 그 문제점을 잘 알거든요. 그런 분들도 고민을 같이한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기존 주요 정당 정치인 중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이 있나요.
“아이, 그렇게 하하. 지금은 잘 아시겠지만, 정치인들은 언제 물러나고 나아가야 할 때를 아는 것도 굉장히 필요한 미덕인데 적어도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닙니다. 주요 정당이라 하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일 텐데 결과가 안 좋을 것이 훤히 보여도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은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현역 정치인 중에서는 적어도…. 네. 그렇죠. 그 정도입니다.”
-알겠습니다. 정치평론가나 여의도선거판을 오래 경험한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제3신당이 성공하려면 유력 인물, 대권주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의 한국정치사를 보면 정주영의 국민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도 실제로 그랬어요. 그리고 이제 원하든 원치 않든 대표가 됐고, 새로운선택이라는 당의 얼굴이 됐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과거 3당과의 차이는 실제 저 사람들의 경우 대권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금 대표의 과거 인터뷰를 보거나 지금도 말씀하는 걸 들어보면 그런 권력의지가 별로 안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씀을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의지가 있군요.
“저는, 제가 개인적으로 대통령을 하겠다, 그런 말을 하면 잘못된 것 같고,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30석을 이야기하지만 2027년에는 집권할 계획입니다. 당연히 집권정당이 목표이고, 집권 안 하고 무슨 평가나 하고 비판이나 하는 정치는 저는 할 생각도 없고요. 다만 지금과 같은 제도적 환경에서 한번에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주영 회장은 능력이 뛰어난 분이었어요. 안철수 의원도 그렇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이 와서 하면 처음에는 쉬울 것 같은데 항상 좋은 것에는 나쁜 게 함께 있잖아요. 결국은 그 리더십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2027년에 집권하려면 한 사람이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윤석열 정부를 가장 비판하는 게 다들 대통령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는 것 아닙니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2012년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한 안철수 캠프에서도 그랬습니다. 전부 안철수만 바라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대로 가는 겁니다. 사실은 한 사람만 바라보는 정치에서 하나도 안 바뀌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시 안철수 캠프 쪽 논리가 ‘문재인은 박근혜를 못 이기는데 안철수는 이길 수 있다, 안철수는 훌륭한 사람이다’ 이런 식인데 이렇게 개인 중 누가 훌륭한가로 가게 되면 결국 이런 구조를 바꾸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또 하나의, 간과되고 있는 제3당의 모델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죠. 민주노동당은 정책정당을 표방했고, 실제 정책 중엔 좋은 것도 많았습니다. 그걸 정의당이 지금까지 잇고 있죠. 물론 대선후보로 출마한 권영길 대표도 있었지만, 인물이 없다 보니 ‘2중대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에선 당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치에서 인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구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상수(常數)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죠. 저희도 인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선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수도권에서 사람들이 다 느낄 수 있을 만큼 탄탄한 20명 이상의 대표선수가 출격해야 합니다. 다만 이게 정말 지도자 내지는 영도자라고 할 수 있는 한 사람의 그늘에서 갈 수 있느냐는 거죠. 제가 지금 창준위의 대표로 법적으로 등록돼 있는데 누가 당에서 나중에 대표가 되느냐, 또 앞장서냐의 문제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고 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대표로 충분히 뽑힐 수도 있겠지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곽대중 대변인도 처음부터 대변인을 시켜달라고 해서 온 게 아닌데 그냥 와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 사람이 대변인 하면 잘하겠구나 해서 맡게 된 겁니다. 지금 예를 들어서… 대권주자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여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권주자는 한동훈이고, 야당은 이재명인데 그 둘 중 하나가 우리 당에 온다고 해서 우리 당이 새로운 당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요(웃음). 예컨대 그 아래 좀더 지지율이 떨어지는 대권주자가 온다고 해서 뭐가 당장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요. 어느 쪽이든 그렇게 되면 그 당은 개인당에 머물고 맙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추석 때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고향의 지방을 내려가 서로 대화나 토론을 하면서 이른바 ‘추석민심’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 이 밥상머리에서 새로운선택은 거의 주제로 다뤄지지 않았을 듯합니다. 게다가 추석 연휴 직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식 후 법원 영장 기각,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예컨대 ‘이재명이 나는 그래도 싫더라’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이건 윤석열이 너무한 것 아니야’ 이런 식의 이야기가 주가 됐을 거란 말이에요. 주제가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로 모이면서 제3의 세력, 대안으로서의 정치 등이 거론될 여지는 별로 없지 않았을까요.
“이재명 대표 영장심사가 추석의 가장 큰 이슈이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저는 구심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제1 야당 대표의 영장을 청구하고 기각됐죠. 수치상으로는 물론 결집한 것으로 나오지만, 그만큼 예전처럼 결집은 없다고 보고요. 실제로 야당 정치인들이 (검찰의 칼끝이 언제 자신을 향할까봐) 두려움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우리도 민주당처럼 180석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정말 용산이 뭔 짓을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야, 이거 정말로 민주당이 한 번 더 이 짓을 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종합하면 지금은 양측의 구심력이 굉장히 약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선거도 이제 많이 남았고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대권주자를 가졌거나 언론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의제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추석 밥상에는 올라가지 않았겠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한두 번은 충분한 계기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요? 어떤 구상 같은 게 있습니까.
“아니, 그런 구상이 있으니까 하는 거죠. 그런데 말씀드렸듯이 그것은 선거를 앞두고 한두 번의 찬스가 있어서 그 시기에 맞춰서 하는 겁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우리도 나가서 실적을 올릴 자신도 있고, 당선까진 어떨지 몰라도 후보를 내면 추석 밥상에서 화제는 되지 않겠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걸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써버릴 거는 아니다,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복안이 있다는 말씀이네요.
“있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조정훈 의원이 그런 선택을 하면서 평론하는 분들 중엔 금태섭 새로운선택도 결국 기성정당에 흡수될 것이 틀림없다고 반농담으로 내기하자는 분도 있어요. 따져보면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진 쪽에서는 중도층 공략 노선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정훈 의원의 선택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정치라는 것이 특정 상황이 되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려가게 되는 것이 있지 않나요.
“저보다 뛰어나고 능력 있는 분이 많지만, 정치권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말과 글에 책임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 쓴 글과 다른 게 별로 없어요. 저는 아주 분명하게 여기서 끝을 본다, 안 간다고 선언했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야 속마음까지는 모르기 때문에 보증할 수 없지만, 저한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정치가 제도적인 개혁, 구조적인 변화 그런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사실은 정치가 국민한테 보여주는 측면이 있거든요. 국회의원이라면 출세한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사실은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그걸 보여줄 거예요. 제가 만약에 국민의힘에 간다, 혹은 민주당에 돌아간다 그러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데려가려고 하는 거겠지만, 우리나라 정치 전체로 보면 실패하건 성공하건 끝까지 여기서 머무는 것이 더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30석을 목표로 했는데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의 수라는 것도 참 다양합니다. 예컨대 일본의 신생정당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처럼 3~4석의 미니정당이 될 수도 있고, 아예 당선자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경우를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해놓고 있습니까.
“저는 성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제가 실패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지요. 저는 우리 정치가 바뀌려면 이 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다가 안 되면… 제 뒤에 오는 누군가 하겠죠.”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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